2026.07.17.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산업에 재투자하기 위해 국가재정법 개정에 나섰다. 조세 수입이 세입 예산보다 5% 이상 늘거나 줄 것으로 예상되면 의무적으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초과 세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5% 세수 변동을 법정 추경 사유로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늘어난 세수를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사실상 추경이 상시화돼 재정 운용의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국가 재정의 대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재정법상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을 때 편성할 수 있는 비상 수단이다. 단순한 세수 변동을 이유로 추경 요건을 완화하면 예외성과 긴급성이라는 추경의 기본 전제가 무너질 수 있다. 잦은 추경으로 본예산 편성의 취지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여당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특정 시점의 세수 추계치를 기준으로 ‘5% 변동폭’을 적용한 근거도 모호하다. 세수 오차는 정부가 예산을 짤 때 경기 변동성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를 추경의 근거로 삼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국회 리스크다. 개정안대로라면 세수 결손에 따른 지출 조정과 초과세수 활용 방향을 국회가 결정하게 된다. 정부의 재정 운용 재량권은 약화되고, 국회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해마다 예산안을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반복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추경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경이 애초 취지를 벗어나 선심성 민원 예산으로 변질된 사례도 숱하게 봐왔다.
추경 문턱을 낮추면 국가 위기가 아니어도 추경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미래 투자라는 취지가 좋다고 해도 재정의 빗장부터 풀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추경 상시화로 건전 재정의 둑을 허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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