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2026.07.18.
김찬희 논설위원

어린 시절 자주 듣던 말이었는데, 막상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의 입에서 나오자 무척 어색했다. “당신, 끄네끼라는 말을 알아?” 뭐였더라. 머릿속을 한참 뒤지고서야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햇볕이 쨍하던 어느 날이었다. 옥상에 매달아둔 빨랫줄이 끊어진 걸 본 할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었다. “저 광에 가가 끄네끼 가져와라.”
2026 북중미 월드컵이 피날레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멋진 기술, 그림 같은 득점, 땀과 눈물,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으며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뛰게 만든다. 8강까지 오르며 기염을 토했던 노르웨이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공격수로 뛴 엘링 홀란의 머리에도 눈길이 갔다. 정확하게는 홀란이 길게 기른 머리를 묶는데 쓴 머리끈. 홀란은 경기 때마다 유니폼 색깔에 맞춰 노르웨이의 유명 액세서리 제품을 착용하는데, 브랜드 이름이 ‘끄네끼’(KKNEKKI)다. 끈이나 줄을 지칭하는 경상도 방언 끄네끼는 어쩌다 노르웨이 기업의 브랜드 명칭이 됐을까.
끄네끼의 탯줄은 1987년 창업한 ‘두지’다. 경남 함양이 고향인 대표의 착안으로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노르웨이의 가족 기업인 ‘본 데프’는 얇은 실 60개 이상을 직조해 머리카락에 손상을 덜 주는 데다 다채로운 색상을 조합할 수 있는 기술력에 주목했다. 2015년에 두 회사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본 데프는 2023년 유통 상표권까지 인수했다. 생산은 두지에서 담당하고, 마케팅과 유통은 본 데프에서 맡는 방식이다. 끄네끼는 홀란과 만나면서 유명세를 탔다. 경기마다 머리끈을 쓰는 홀란에게 선물을 준 게 인연이 돼 공식 모델 계약, ‘홀란 에디션’ 출시 등으로 관계는 이어졌다. 홀란은 본 데프에 직접 투자해 주주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종종 화려하고 빛나는 제품에 압도된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하는 건 일상에 스며들어 경험과 추억을 진하게 남기는 제품이다. 세계인을 홀리는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많아지기를 응원한다.
김찬희 논설위원
Copyright ⓒ 국민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황금알 낳는 기업의 배를 가르자고 해서야 (0) | 2026.07.21 |
|---|---|
| 보편타당과 인식의 상대성 (0) | 2026.07.19 |
| 진리 향한 탐미의 여정, 구속사로 대미의 마침표 (0) | 2026.07.19 |
| 다섯 달란트와 한 달란트 (0) | 2026.07.19 |
| 민주당 선호투표제 논란, 2순위 표가 당대표 승부 가른다? 당헌 위반 공방 총정리 (0) | 2026.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