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황금알 낳는 기업의 배를 가르자고 해서야

dalmasian 2026. 7. 21. 07:22

[이명희의 인사이트]

                     이명희 기자
2026.07.21.

기업 투자결정과 이윤분배에
적극 관여하겠다는 정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 발목 잡을까 걱정돼

AI 시대 사회안전망 구축과
규제정비, 교육혁신에 힘써야

애덤 스미스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시장의 작동 원리를 믿었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 때문이 아니라 돈을 벌려는 그들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 전체가 번영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1776년 발간한 ‘국부론’에서 금과 은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왜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보다 가난한지 분석했다. 또한 당시 수출증진 정책이나 수입억제 정책, 독점무역회사 설립 등 중상주의 정책들이 일부 상인과 제조업자의 이익을 증진시킬 뿐 사회 전체에는 해롭다는 것을 방대한 자료를 통해 증명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가 불황일 때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 기능의 확대는 자유방임에 대한 무서운 침해가 아니다”며 돈을 넣은 항아리를 적당히 묻어두고 사기업가들에게 마음대로 파 가도록 내버려 둔다면 그때부터는 실업이 발생할 이유가 없고, 사회의 실질소득과 자본적 부도 훨씬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불황을 탈출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일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다. 케인스의 이론은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한 ‘뉴딜 정책’의 토대를 마련했다.

21세기 인공지능(AI) 시대에 수백년 전 경제학자들을 소환한 것은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 시대에나 있을 법한 장면들이 불편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들러리 세우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두 기업이 호남에 80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기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90도 허리를 굽혀 두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했지만 정치적 압박인 것 같아 씁쓸하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지역소멸을 막자는 취지는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입지 여건 등을 따져 철저하게 기업이 결정할 일에 정부가 개입했을 때 부작용이 걱정스럽다.

고용노동부와 산업통상부는 지난주 반도체 초호황으로 벌어들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 각각 토론회를 열었다. 노동부 주최 토론회에선 기업 초과이윤에 대한 특별목적세 도입과 국가임금위원회 설치 주장도 나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1950년대 스웨덴에서 도입한 사회연대임금을 거론하며 초과이익을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에 재분배하자고 한다. 군불을 지핀 것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그는 지난 5월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며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다. 지난 17일에는 신국가론과 신재정론을 들고 나왔다. AI 시대에는 국가가 단순한 규제자나 재정을 통한 재분배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AI 인프라 공급은 물론 기업이윤 배분까지 적극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미 파업을 협박하며 몫을 챙겼다. 미국마저 자국 땅에 더 투자하라며 숟가락을 얹고 있다.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너도나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 이익을 나누자는 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물 안 기업이 아니다. 외국인 주주비율이 50%를 넘나든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엔비디아의 영업이익을 넘어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당장 이익을 냈다고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지 않고 써버리면 불황기에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 초과이익은 어디까지 기준을 잡을 것인가. 기업의 활력을 꺾고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부는 기업들이 링 위에서 잘 싸우도록 응원하고 지원해주면 된다.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가 있다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감시하면 될 일이다. 직접 링 위에 올라가 감 놔라 배 놔라 해선 안 된다.

AI 시대 정부가 할 일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성명에 답이 있다. 노동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교육과정 개편 및 선제적 직무재교육 프로그램, 탄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소수 기업이나 특정 권력이 혁신의 혜택을 독점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구성원이 기초적 디지털 인프라와 컴퓨팅 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명희 논설위원·종교전문기자(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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