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노무현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마라

dalmasian 2026. 7. 22. 07:38

[세상읽기] 2026.07.22.

2025년 5월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6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식 주제 영상이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준일 | 시사평론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주 언급하는 ‘노무현 정신’이란 무엇일까. 2010년 오마이뉴스가 친노 인사들에게 물어봤을 때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열망하는 것”이라 했고, 정치 전면에 나서기 전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억압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특권·반칙 없는 사회를 위한 투쟁”이라고 답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시민 작가는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의로움을 위해 이로움을 버릴 수 있는 삶의 자세”라고 답했다. 이후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던 2019년, 유시민 작가는 ‘알릴레오’ 유튜브에서 “노무현 정신을 제가 해석하기에는 시민들 개개인의 각성, 그 각성한 개인들의 연대가 최종적인 결론이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독재 투쟁으로 시작해 지역주의와 기득권에 대한 도전,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를 추구한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강조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강조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란 발언을 통해 참여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우리 편이라도 틀린 건 틀렸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 진영에서 반대를 하더라도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를 추구했다. 2007년 참여정부 평가포럼 연설에서 당시 노 대통령은 “적어도 민주주의 정도의 수준을 갖춘 가치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인 것이고 나머지는 (통합을 위해) 타협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왼쪽부터)와 송영길 의원이 지난 17일과 19일 각각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사 권력 오남용 사례로 본 형사소송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민주당에선 노무현 정신이 필요할 때 빼 먹는 곶감이 됐다.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1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 대접 받고 싶으면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끝까지 지킬 사람은 저 정청래”라고 말했다. 김민석 후보는 17일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엑스(X)에 “2002년 (대선) 후보 단일화와 탈당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노 대통령과 노사모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다시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송영길 후보는 21일 ‘86세대 퇴장론’에 대해 “우리가 3김 청산을 외쳤지만 ‘김대중을 버리고 민주당이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게 판단했기에 디제이(DJ)와 함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작가는 최근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보수 인사 영입을 통한 구조적 다수론에 대해 “매우 위험한 선택이고 실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방식이 기존 민주당 지지층과 민주개혁 진영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기에 진영이 붕괴하는 참혹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논리다. 그런데 2005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향해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 있다”며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었던 유 작가는 노 대통령의 진단은 정확할 것이라며 믿고 따르자고 호소한 바 있다. 그때의 대연정과 지금의 구조적 다수론의 유사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그는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민주당 강경파는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등 이른바 ‘검수완박’을 관철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끊임없이 소환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평화방송에서 “노 대통령의 비극적 사망으로 검찰개혁은 노무현의 마지막과 동일하다는 도식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일부 민주당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무현 이름을 소환했다”고 비판했다.

정치인 노무현은 누구의 적통임을 자처하지 않았고 특정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구하지도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했고 지지층과 국민을 설득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고뇌하고 성찰했다. 부끄러움도 알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한국 정치사의 불행이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특정 집단에 대한 복수의 정념을 확인하는 이벤트로 소비되어선 안 된다. 노 전 대통령도 마지막에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노 전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면 지금의 ‘노무현 참칭’을 어떻게 봤을까. 이젠 노무현의 이름을 놓아줄 때다. 노무현 정신을 자기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일부 정치인에게 말하고 싶다. 노무현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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