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7.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처 업무보고에서 대화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5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개정 형사소송법(형소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라고 말했다. 각계각층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할 정도로 우려를 쏟아내고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논쟁적 법안에 대해 시행 결정 직후 나온 언급이라 귀를 의심케 한다. 더욱이 대통령이 궁금해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 가능 여부를 둘러싼 두 부처 장관의 상반된 해석까지 더해져 졸속 입법에 이은 정부 차원의 대비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개정 형소법 시행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 운영 근거가 없다고 보고했다.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이 폐지돼 수사 권한이 없는 검사가 합수본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정법 시행 후 검사는 피의자 등을 면담할 수 있지만 이는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고 보완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논란의 발언을 전제하면서 "법에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 하지 말라고 금지된 것이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일체의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어졌다"고 했고,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가능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법 시행으로 생길 수사공백 등 문제점들은 한두 번 거론된 게 아니다. 추진 과정에서부터 합수본 운영 근거 미비는 물론, 1차 수사기관의 암장 등 수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범죄피해자들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하며 1차 수사의 교차 검증 필요성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개정법이 시행되는 10월 2일까지 손봐야 할 법령이 200개에 달한다. 72년간 운영된 형사사법체계를 근본부터 바꾸는 법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법적 미비점을 사전에 정밀 분석하고, 절차 등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도상 훈련이 이루어졌어야 마땅한 일 아닌가. 빛과 같은 속도로 처리했다고 해서 여당에 모든 문제의 책임을 돌릴 심산인가.
국민 생활과 직결된, 특히 힘없는 서민의 피해가 우려되는 법안이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다뤄지는 건 있을 수 없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대통령이 걱정을 키워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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