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21조 던진 외국인, 삼성전자·하이닉스 팔고 소부장으로 이동

dalmasian 2026. 3. 4. 05:35

2026.03.03.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김영재

한때 6300 고지까지 밟으며 ‘불장’을 연출했던 코스피 상승장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형 반도체주는 대거 팔아치운 반면 반도체 장비·부품주는 집중 매수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 구간을 향해 달리는 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주에서는 차익을 실현하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으로 갈아타는 선별적 매매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외국인, 삼전·하닉은 던졌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2월 23~27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조7987억원을 순매도했다. 2월 한 달 기준으로는 순매도 규모가 21조원에 달했다.

코스피가 지난달 25일 6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튿날인 26일 6300선까지 넘어서는 등 단기간 급등하자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같은 기간 9조289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어 SK하이닉스도 3조3812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포함할 경우 지난 한 주간 외국인은 두 반도체 대형주만 13조원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장비주에는 적극적으로 베팅했다. 지난 한 주간 외국인 순매수 1위는 한미반도체로, 4364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업은 반도체 칩을 절단·적층한 뒤 기판에 부착하는 본딩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반도체 미세공정용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업체인 HPSP 역시 1957억원 순매수했다. 이 종목은 외국인의 코스닥 시장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유진테크(3253억원), ISC(4062억원) 등 반도체 장비주 또한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보다 잘 나가는 소부장

특히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한미반도체와 같은 반도체 소부장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더 가파른 상황이다. 지난 한 주간 한미반도체 주가는 60%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27일 세계 최초 ‘보드 온 칩(BOC)·칩 온 보드(COB) 본더’ 출시와 글로벌 메모리 고객사 공급 사실을 발표한 것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해당 장비는 두 가지 공정을 통합한 ‘투 인 원(Two-in-One)’ 본딩 장비로, 업계 최초 사례로 평가받는다.

서울반도체(+54.8%), 성도이엔지(+46%) 등의 반도체 장비 관련주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13.9%)와 SK하이닉스(+11.8%)의 수익률을 크게 뛰어넘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최근에는 두 대형주보다는 반도체 소부장 관련 상품들이 더 주목받고 있다. 3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2월 23~27일)간 국내 ETF 수익률 5위권 안에 반도체 소부장 관련 ETF가 4개를 차지하기도 했다. 1위는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지 않은 상품임에도 기간 수익률이 17.1%에 달했다. KODEX AI반도체핵심설비(16.6%)가 뒤를 이었고, 4위와 5위에 SOL 반도체후공정(15.4%), SOL AI반도체소부장(14.7%) 등이 이름을 올렸다.

소부장, 추가 상승 여력은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가격 반등과 설비 증설 기대가 커질수록 장비·부품 업체가 후행적으로 실적 개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도체 부품, 장비 업체 전반이 당분간 낙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확대 속에서 반도체 업황이 그리고 있는 상승 궤적을 부품주들이 후행하며 따라가고 있다”며 “올해는 국내 부품사들이 단순 제조사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후공정 설비 투자도 곧 활성화될 것”이라며 “후공정 장비와 반도체 외주 패키징(OSAT)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재인 기자 2015veritas@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