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시즌(Season)은 틀렸다. 버전(Version)이 맞다.

dalmasian 2026. 3. 27. 05:45


(퍼온 글)

국무총리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정지웅 변호사

양홍석 변호사가 검찰개혁을 워킹데드 시즌제에 비유했다. 탁월한 풍자다. 실패해도 개혁은 계속된다. 미완이었을 뿐이라고 한다. 시즌1이 끝나면 시즌2가 오고, 이제 시즌3 제작을 이야기 한다.

형사사법 시스템이 드라마인가?
드라마는 각본이 있다. 필요 없는 장면은 편집하면 된다. 중간에 시청률이 떨어지면 주인공을 바꿔도 된다. 시즌이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 사이 시청자들은 다른 드라마를 보면 그만이다.

그러나 형사사법 시스템은 단 하루도 멈출 수 없는 기계와 같다.
삼성 갤럭시 폴드를 반으로 뜯어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뜯어진 두 조각은 각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화면도 없고, 통화도 안 되고, 그냥 고철 덩어리다.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쪼개는 것이 지금 그 꼴이다. 각각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정교하게 설계된 인터페이스, 연결 프로토콜, 작동 환경이 먼저 완성되어야 한다. 그걸 없이 일단 쪼개고 보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파괴다.

갤럭시 폴드는 시즌으로 가지 않는다. 폴드7 다음은 폴드8이다. 버전업이다. 이전 버전의 완성도를 높이고, 결함을 보완하고, 더 정교한 설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시즌제는 이전 실패를 덮고 새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버전업은 이전 실패를 정직하게 분석하고 그 위에 쌓아 올린다.
형사사법 개혁이 진정한 개혁이 되려면 시즌제가 아니라 버전업이어야 한다.

지금 3단계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1단계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했는가. 2단계 설계의 결함을 솔직하게 인정했는가. 그 답 없이 시즌3의 각본만 쓰는 것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무책임한 사법실험의 연장일 뿐이다.

형사사법 시스템은 정교하게 설계된 mechanical system이다.
단 한 순간도 운영을 멈출 수 없고, 작은 오류 하나도 치명적인 정교한 시스템이다.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무리하게 쪼개면 전체 시스템이 작동 불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의 몫이다. 특히 돈 없고 빽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 피해는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치명적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