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26.03.28.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가 자본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꺼내 든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고강도 대출 규제,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이라는 압박 카드는 시장에 즉각적인 신호를 보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압박이 거세지자 강남3구와 용산 등 핵심 지역에서도 급매물이 출현하며 집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유동성은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투자자 예탁금이 역대 처음으로 130조원을 돌파하는 등, 숫자만 놓고 보면 정부가 의도한 ‘머니무브’가 연착륙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위적 설계’의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은 물길과 같아서, 강제로 막고 돌릴수록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반도체 주도의 장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온전한 ‘증시 체질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 시장을 옥죄는 규제 탓에 갈 곳 잃은 뭉칫돈이 증시로 밀려든 수급의 왜곡이 혼재되어 있어서다.
부동산에 대한 집착이 한국 못지않은 나라로 흔히 중국을 꼽는다. 과잉 공급된 도시 인프라와 수출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자산 투기에 익숙한 투자 문화까지 구조적 유사성도 적지 않다. 2020년 시진핑 정부는 “집은 투기가 아닌 거주를 위한 것”이라는 원칙 아래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한도를 틀어쥐는 정책을 전면 시행했다. 의도는 분명했다. 부동산에 과잉 집중된 자본을 반도체·첨단 제조업으로 유도하는, 말하자면 국가가 설계한 머니무브였다.
결과는 처참했다. 헝다를 필두로 50대 주요 개발업체 중 3분의 2가 채권 이자 지급을 불이행했고, 해당 채권 시장가치의 90%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자산가들은 정부의 통제를 피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렸고, 당국은 역설적이게도 은행 출금 자체를 제한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인위적으로 튼 물길이 거대한 균열로 돌아온 것이다. 부동산 침체는 소비 위축과 지방정부 재정 붕괴로 번졌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규모와 체제가 다르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중국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시장의 자생적 흐름을 거스르며 자본의 방향을 강제로 틀었다는 데 있다.
이와 관련 유정석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의 2024년 발표한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 교수는 지난해 논문 ‘부동산, 가상자산 및 주식시장 간의 가격 변동성 전이효과 분석’을 통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 패턴의 변화를 짚어냈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주식시장에서 확보된 자산이 결국 ‘종착지 성격의 자산’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유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희소성과 가치가 검증된 강남구 핵심 입지 아파트 같은 ‘트로피 자산(Trophy Asset)’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다시 말해 현재 주식시장으로 몰린 130조원의 유동성이 증시에 정착하기보다는,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거나 증시 매력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 부동산으로 회귀할 ‘대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머니무브는 정부가 유도한 ‘선순환’이라기보다 자산가들이 규제라는 소나기를 피해 잠시 머무는 ‘주차장’에 가까울 수 있다. 만약 대외 변수로 반도체 경기가 꺾이거나 AI 거품이 빠지며 증시가 급락한다면,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환금성이 있는 주식부터 투매할 것이다.
지금의 머니무브는 거대한 거품의 이동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시장의 자생력을 믿지 않고 입법으로 증시를 견인하려 들 때, 시장은 언제나 그 균열을 먼저 찾아낸다. 규제라는 둑으로 자본을 막으면 물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러갈 뿐, 결국 가장 약한 곳을 찾아 터진다. 그렇게 되면 130조원의 예탁금은 축복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될 뿐이다.
김참 증권부장 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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