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2026.04.02.

“선교단체는 교회를 돕고, 교회는 선교단체를 지원한다.” 선교계에선 참 익숙한 문장이고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익숙함이 때로는 본질을 가릴 수 있다. 이 문장 속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기 때문이다. 돕는 자와 도움을 받는 자, 우리가 역할을 구분해서 서로 다르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을까.
성경은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고전 12:12)고 하신 말씀을 기억해 본다. 이러한 몸의 이해는 교회와 선교단체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교회는 협력하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라 이미 하나의 몸이다.
몸의 다양한 지체는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서로를 ‘지원한다’거나 ‘돕는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손이 발을 돕는다고 말하지 않고, 눈이 귀를 지원한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각자의 역할 안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그 흐름 속에서 온전한 몸을 이룰 뿐이다.
선교단체와 교회의 관계를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교회 안에서 특정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선교단체를 세우고 그 사역을 집중적으로 수행한다. 선교학자 랄프 윈터는 하나님의 선교 역사 속에 두 가지 구조가 함께 존재한다고 보았다. 지역교회를 의미하는 모달리티(Modality)와 선교기관을 의미하는 소달리티(Sodality)다. 지역교회는 포괄적인 구조로서 선교 확장성을 위한 토대가 되며, 이로부터 형성된 선교기관은 시대와 목표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인다. 지역교회가 성도들의 기본 공동체로서 예배와 양육, 소명을 깨우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면, 선교기관은 교회에 부여된 사명 중 특정 영역을 전략적으로 섬기기 위해 헌신한 전문 공동체다.
교회의 섬김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더욱 겸비한 자세로 사명을 감당하려는 선교단체의 노력,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들을 더 잘 섬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교회의 참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한국선교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에는 228개의 선교단체가 있다. 필자는 오랜 기간 선교단체 연합기구에서 섬기며, 소명을 좇아 헌신하는 이들의 공동체를 만났다. 또한 이들을 지지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교회들도 보아왔다. 서로를 존중하며 동역하는 모습은 그 결과와 관계없이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는 순종이자 주님께 큰 기쁨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
역사적으로 교회에 주어진 사명은 지역교회나 선교기관 어느 한쪽만으로는 온전히 감당할 수 없었다. 두 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며 시대에 따라 다양한 역할로 확장돼 왔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상에 보내신 사명을 감당하는 일 역시 두 구조의 긴밀한 동역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엡 4:16)라는 말씀처럼 지역교회와 선교기관은 기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본질은 같다. 서로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 것이다.
이제는 이 아름다운 조화가 한 차원 더 깊은 자리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서로를 분리된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하나로 묶여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며 관계의 깊이를 더해가야 할 때다. 돕는다는 말 속에서 하나의 몸을 나누는 무의식적인 기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회와 선교단체가 생명이 흐르는 유기적 관계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돕는다는 차원을 넘어 이미 그 생명의 흐름 안에 ‘함께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고 드러내는 교회의 순종은 곧 이 하나 됨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보내는 곳이고, 선교단체는 나아가는 곳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이해에서 벗어나 보자. 이런 구분은 사역을 쉽게 설명하는 데는 유용하다. 그러나 본질에 대한 성찰 없이 구분을 고착화하면 자칫 ‘교회는 하나’라는 진리를 잊게 될 수 있다. 역할과 위치가 달라도 한 몸인 교회는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볼 때 교회와 선교단체의 관계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유기적 생명 관계’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라 이미 한 몸 안에 있는 지체들이다. 이는 단지 설명하고 이해해야 할 개념이 아니라 반드시 회복돼야 할 교회의 본질이다.
이대행(엠브릿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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