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탁의 시선] 2026.04.03.

김성탁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12월 과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그러자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독재에 항거해 끝까지 몸을 바칠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다른 야당도 “정권의, 정권에 의한, 정권을 위한 의회 폭거이자 국민에 대한 전면전 선포”라고 비난했다.
요즘 국회 상황을 보면 예산안 단독 처리 정도를 두고 ‘독재’나 ‘전면전 선포’ 같은 격한 항의가 나온 것이 의아해 보인다. 22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회에서 여당의 일방통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대표적으로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에, 기소 기능을 공소청에 넘기는 ‘검찰개혁’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토론을 종료시키고 강행 처리했다. 윤석열 정권 검찰이 이 대통령 사건과 관련해 조작 기소를 했다는 의혹을 파헤치겠다며 민주당 의원 105명이 ‘공소취소모임’을 결성했다. 이어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를 가동하며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조작 여부의 실체가 있는지 봐야겠지만, 입법부 다수가 집단으로 특정 사건의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국정조사 특위에는 국민의힘도 참여하고 있지만 증인 103명을 야당이 퇴장한 가운데 의결했다. 박상용 검사의 회유설을 주장한 서민석 변호사가 포함됐다. 반면 야당이 증인으로 요구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등은 배제됐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도 밀어붙였다. 4심제에 해당하는 재판소원제는 광범위하게 허용했을 경우 부작용이 우려됐고, 법왜곡죄 역시 사법의 정치화를 낳는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던 민주당이 법왜곡죄를 강행 처리하자마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됐다. 판사와 검사가 위협을 받고, 정권에 불리한 확정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으며, 대통령이 대법관 전체의 80%가량을 임명하게 돼 최종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생겼다. 아마 이런 법을 국민의힘이 다수 여당일 때 밀어붙였다면 민주당의 반발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정청래 대표는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전부 맡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 다수 의석이면 토론해보고 안 되면 의결해야지 아예 안 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라고 주문한 뒤 본격화했다. 민주당은 과거 야당이 맡던 법사위원장 자리도 차지하고 있는데, 관행이나 타협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칙과 맞지 않는 구상이다.
사법3법, 조작기소 국조 강행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엄포도
역풍 맞은 역대 정권 교훈 삼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무기징역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절윤’ 시비조차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지리멸렬이 민주당의 독주를 가능케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하고 싶은 것 한번 해보라’는 여론이 담겨있을 수 있다. 하지만 힘이 있다고 마구 휘두르다가 역풍을 맞은 경우는 우리 정치에서 흔했다.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152석으로 과반을 확보했던 노무현 정부 당시 국보법 폐지 등 진보 정책을 밀어붙였으나 야당과의 협치 부재와 이념 중심 독주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2006년 말 지지율이 5.7%까지 추락했고 한나라당의 2007년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총선에서 153석을 얻은 뒤 권력기관을 장악하고 언론을 통제하려 한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보수 편향 정책도 역풍을 부르면서 최임 초기 50%대 지지율이 임기말 20%대로 추락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에서 얻은 152석을 기반으로 노동개혁 법안 등을 밀어붙였으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 일방적 국정 운영 의혹으로 2016년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다. 결과는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였다.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석권하며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민심을 무시하고 독주한다는 비판 속에 지지율 하락을 겪고 2022년 대선 때 정권 교체를 겪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초기 거대 야당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거부권을 남용하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같은 일방통행식 정책을 밀어붙이다 2024년 총선에서 대패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모임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식 및 결의대회에서 ″공소취소 즉각추진 국정조사 즉각추진″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협치를 무시하고 권력 행사에 몰두하다가는 민심 이반을 초래하게 된다는 게 역대 정권이 보여준 교훈이다. 지금 여권만 예외이리라는 보장이 없다.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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