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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막힌 호르무즈… 한국이 가장 피봤다

dalmasian 2026. 4. 7. 06:28

2026.04.07.
미국·이란 중동전쟁… 경제 도미노 타격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 구조와 제조업 중심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등 복합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중장기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비전투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장기화된 미·이란 전쟁의 최대 피해국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원유·가스·원자재 등의 수급 차질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SIS는 “한국은 원유뿐 아니라 다양한 핵심 자원에서도 호르무즈 의존도가 높다”며 “향후 2~6개월 동안 운송, 물류, 석유화학, 농업, 식음료 등에서 물가 상승의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한국이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 생산 역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봤다. 액화천연가스(LNG)·헬륨 생산 거점인 카타르의 라스라판은 지난 2일 이란 공격으로 헬륨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도 5일 전 세계 원유 부족 사태를 분석하며 한국의 공급 감소 폭이 주요국 중에서 가장 크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한국은 미·이란 전쟁 이후로 휘발유, 항공유, 나프타 등의 제품 공급이 평균 56% 감소했다. 휘발유의 경우 주요국의 평균 감소율이 12%였는데 한국은 86%에 달했다. 디젤 역시 72% 줄어 주요국 평균 감소율(20%)과 격차가 컸다.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 등도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 충격이 아시아 제조업 국가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은 정유·석유화학 산업 비중이 높아 원재료 수급 차질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고,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에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공통적으로 거론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폭인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7%로 올렸다.

2024년 기준 한국의 경제 원유의존도(경제활동을 위해 소비되는 원유량)는 5.63배럴로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에너지원이 원유인 만큼 공급 차질과 유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지만, 다른 산유국 대비 운송 거리가 짧다는 이점 때문에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10년 전인 2015년(82.3%)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다. 중질유 중심의 중동산 원유에 맞춰 정유 설비가 구축된 점도 다변화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오일 쇼크 불가피…선제적 조치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미·이란 전쟁은) 잠깐 내리고 그치는 소나기가 아니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는 가장 많은 28차례나 등장했다.

전문가들도 전쟁이 길어질수록 ‘오일 쇼크’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에 선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미·이란 전쟁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내외로 올라가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적용할 때 경제성장률은 최소 0.3% 포인트 하락, 소비자물가는 1.1% 포인트 상승, 경상수지는 260억 달러 감소할 거라고 분석했다.

만약 호르무즈 봉쇄가 더욱 장기화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이상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최소 0.8% 포인트 하락, 소비자물가는 2.9% 포인트 상승, 경상수지는 767억 달러 감소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이번 충격으로 한국 경제의 경기 회복 국면 진입이 상당 기간 지연될 수 있고,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면 불황 진입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적으로 원유·원자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물가 안정과 실물 경기 회복을 모두 고려하는 신중한 거시경제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가 불안 우려 품목에 대한 선제적 수입물량 확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체제 구축 등도 주문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전쟁이 조기 종료되더라도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63달러)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파괴된 에너지 시설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 4분기까지 배럴당 90달러 수준의 고유가 프리미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봉쇄 장기화 시 배럴당 117달러, 에너지 시설 타격·확전 시나리오 적용 때는 유가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수치는 ‘하한 추정치’일뿐 실제 충격은 더 클 것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연구진은 “분쟁이 진행되는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 시나리오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축량 소진에 대한 추가 대응 방안과 나프타·LNG 시설 피격이 발생하기 전 대체 공급원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 등 중동 의존도 축소 정책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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