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
미·이란 치킨게임에 불확실성 커져
취약한 서민의 삶 지킬 추경 불가피
위기 무관한 불요불급 예산 걸러야

미국과 이란의 치킨게임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경제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심 인프라 공격 유예시한을 24시간 연장했지만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국의 석유화학 시설 공격을 재개하며 더 강하게 맞서고 있다.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고, 코스피가 널뛰기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경제의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다.
중동발 위기는 곧바로 서민의 삶과 직결된 실물경제를 타격했다. 유가 상승이 석유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전이된 것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985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농축산물 가격 파동마저 걱정된다. 국가채무 부담 우려에도 불구하고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불가피한 이유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 심의가 막 시작된 상황에서 청와대와 기획예산처가 2차 추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향후 경제 위기의 파고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정부가 추경을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이용하거나, 불요불급한 선심성 사업을 끼워넣는 기회로 악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을 현금 살포를 위한 선거용 추경으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피해지원금 전액 삭감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생계형 화물차 운전자에게 유류보조금을 지급하자는 등의 대안은 아예 실종된 채 여야의 정치 공세에 묻혔다.
더 큰 문제는 ‘전쟁 추경’ 취지와 무관한 정부부처의 숙원 사업 예산이 슬쩍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예산안에서조차 빠진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창업’ 사업 예산안 1550억원,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급된 영화산업 제작 지원 예산 385억원과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지원 예산 320억원, ‘K브랜드 국가 인증 제도’ 사업의 95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추경안에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TBS)에 운영지원금 49억여원 추가를 관철시켰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방송사를 지원하는 것이 중동발 경제위기 극복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란 전쟁은 다른 나라들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 닥친 국가적 위기다. 언제, 어떻게 종결될지 모를 전쟁의 후폭풍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해 대안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고통을 가장 크게 겪을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가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추경을 편성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이들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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