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07.
정부, 해법 놓고 고심 깊어져

프랑스 해운사 CMA CGM이 운영하는 컨테이너선이 2018년 6월 29일 프랑스 마르세유 항구에 입항하고 있다. 선박 추적 데이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 회사의 컨테이너선 한 척이 지난 3일 선박 소유주가 ‘프랑스인(French owner)’임을 밝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AFP 연합뉴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의 해법을 두고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6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인 한국 관련 선박은 26척, 한국 국적 선원은 173명에 이르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그중에는 국내 정유 4사가 계약한 유조선이 각각 1~2척씩, 총 7척의 유조선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안전 지대에서 정박하고 있다. 다만 이란 정부가 ‘미국과 거래하는 국가·기업의 원유 통과는 안 된다’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이 유조선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제는 당장 이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직접 교섭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정부 차원에서 이란과 협상에 나서는 자체가 호르무즈를 ‘국제 해협’이 아닌 이란의 ‘내해’로 인정하면서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정당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는 지난달 말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징수 등과 관련한 법안 초안을 승인했고, 유조선 1척당 200만달러(약 30억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 국가들은 국제법에 따라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과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하에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만 ‘독자 행동’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도 이란과의 심도 있는 교섭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우리 정부는 아직 앞으로의 대미 투자 계획에 대해 미국과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고, 한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이어질 수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법 301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전작권 전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을 실현하는 데도 앞으로 미국의 지속적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통적으로 원만한 경제 관계를 유지해 온 이란과 완전히 등을 돌릴 수도 없다. 최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는 한국은 ‘비적대국’이라며 소통의 여지를 남겼다. 주이란 대사관도 아직 테헤란에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한국 시각 8일로 연기하면서 전쟁 양상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도 변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USTR 조사 등을 받고 있는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6일 “(이란 정상과의 전화 회담을) 적절한 타이밍에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다카이치 총리는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한 조정 노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 협의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이미 대미 투자를 시작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인 지난달 19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이란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이란과 우호 관계를 쌓아온 일본은 2019년 미국·이란 갈등이 고조되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는 등 중재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반(半)관영 파르스 통신은 5일(현지 시각) “지난 24시간 동안 이란의 사전 허가를 받은 선박 15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관련 선박과 프랑스 화물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들 대부분이 정부의 관여 없이 선박 자체적으로 이란 측과 협상해 해협을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해협 통과를 위해서는 해당 선박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우리 선박들이 해협에서 빠져나오겠다는 동향은 파악된 바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도 일본 선박 통과만을 위한 별도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중요한 것은 일본 선박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항행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해 봉쇄를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해법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를 촉구하는 것이란 뜻이다.
지난 2일 영국이 주도해 한국 등 40국 외교장관이 화상으로 진행한 회의에선 ‘유엔 등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전면 거부하도록 명확하고 조율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한국은 지난달 12일 이란의 걸프 국가들에 대한 무력 공격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법 통행료 징수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동참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chosun.com
김태준 기자 taejunkim@chosun.com
도쿄=류정 특파원 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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