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AI가 매긴 임금은 공정할까

dalmasian 2026. 4. 10. 22:19

[HBR 인사이트]2026.04.09.

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파이버, 프리랜서닷컴 등 미국의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 경쟁을 벌이는데, 그 임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AI의 권고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AI가 구직자의 인구통계학적 정보와 커리어, 경험 등을 두루 검토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임금을 제안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AI는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내재한 편향과 불평등의 구애를 받지 않고 공정하게 임금을 매길 수 있을까. 필자들은 프리랜서 6만 명의 프로필을 AI 모델에 입력해 시급을 추천하도록 요청했다. 이후 성별, 지역, 연령 등 업무 성과와 상관없는 지원자의 속성을 고려하거나 혹은 고려하지 않도록 지시했을 때의 결과를 비교해 잠재적 편향의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분석 결과 AI는 프리랜서의 임금을 전반적으로 높게 설정했다. 채용 담당자가 시급 23.60달러를 책정한 일자리에 대해 AI는 모델에 따라 30달러에서 46달러까지 더 높은 시급을 제안했다. 이는 AI 기반 임금 도구가 채용 비용을 상승시키거나 시장 기대치를 왜곡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런 현상은 프리랜서에게 유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고용주가 과도한 임금을 거부한다면 근로자들은 오히려 기회를 잃을 수 있다.

AI는 성별에 따른 임금에 관해서는 차별적인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수십만 건의 테스트에서 성별에 따른 유의미한 임금 격차는 발견되지 않았다. 성별 요소를 임금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도록 유도했을 때조차 성별 임금 격차는 관찰되지 않았다. 성별 요소를 매우 강하게 반영하라고 요청하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편향적인 결과를 내놨는데, 이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안했다.

근로자가 위치한 지역에 따라서는 임금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미국의 프리랜서에게 AI가 추천한 평균 요율은 71달러였다. 반면 필리핀의 프리랜서에게는 그보다 50% 이상 낮은 33달러를 추천했다. 동일한 필리핀 프리랜서의 위치를 ‘미국’으로 변경하자 추천 임금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패턴은 여러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AI에게 위치를 고려하지 말라고 지시하자 그 격차가 급격히 줄었다. 일부 사례에서는 AI가 제안한 미국과 필리핀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100% 이상에서 25%로 떨어졌다.

연령 역시 AI 편향에 취약한 요인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프로필을 가진 22세 프리랜서 대비 60세 프리랜서의 임금은 약 46%, 37세 대비 8.1% 높게 책정됐다. 심지어 AI에게 연령을 고려하지 말라고 지시해도 격차를 유의미하게 줄일 수 없었다. 이는 연령에 관한 가정이 훈련 데이터에 깊이 내재돼 있어 프롬프트 설계만으로 그 편향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근로자의 임금에 대한 AI의 편향적인 반응은 정규직 직장인의 연봉을 책정하게 한 후속 연구에서도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연령 요인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났다. 프리랜서 채용 때와는 달리 AI는 30대 후반 정규직 근로자에게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AI가 고용 관계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취급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리랜서 채용에서 임금은 일회성 지출로 간주될 수 있으며, 더 많은 경험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정규직 근로자 채용에서 임금은 투자에 가깝다. 30대 후반의 관리자는 경험과 장기근속 가능성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용주에게 더 매력적일 수 있는데, AI가 이런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고용주는 AI 임금 제안을 권고 사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역량과 관련 없는 속성에 기반해 일부 근로자에게는 임금을 과다 지급하는 반면, 다른 근로자는 저평가하는 구조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근로자 역시 AI가 추천하는 임금이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취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덕분에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현상 때문에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위험이 공존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선진국 이외 지역의 근로자라면 위치 정보 공개 범위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임금과 일자리에 대한 기회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반대로 AI로 노동시장을 더욱 공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우리가 AI 시스템을 공정하게 설계하고 통제할 때 가능하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3∼4월호 아티클 ‘AI 평가 도구가 후보자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요약한 것입니다.

맥심 C. 코헨 맥길대 교수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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