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또 대통령 말과 반대로 간 ‘석유 최고가’, 유가도 선거용

dalmasian 2026. 4. 24. 23:30

2026.04.24.

정부가 2주일 단위로 지정하는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최고 가격을 또 동결했다. 2회 연속 동결이다. 석유 최고 가격제는 국제 유가 상승을 반영하지 않아 국내 소비를 줄이지 않고 소비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주 “인위적 가격 고정에 대한 반론도 일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석유 최고 가격은 동결됐다. 선거용 유가 동결이다.

유가 현실화 필요성은 명확하다. 이 대통령이 “소비를 절감해야 할 상황인데 소비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우려했듯 판매가를 낮게 유지한 결과 소비자들은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란 전쟁이 발발한 2월 28일 대비 지난 22일 기준 두바이유는 37% 폭등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8% 상승에 그쳤다.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3월 하반기엔 휘발유 소비가 2주일 새 6%나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할 정유사의 손실 보전액이 1조원을 넘었다. 기름을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다른 국민들이 세금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이 세금은 에너지 바우처나 취약 계층 핀셋 지원 같은 곳에 썼어야 한다.

정부 내에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에 이어 산업부 장관도 “상황이 안정되면 이른 시일 내에 석유 최고 가격제를 종료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석유 최고가 동결 직전 국무총리는 “최고 가격제의 긍정적 효과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며 다른 논리를 폈고 결국 동결로 귀결됐다. 총리가 언급할 정도면 이 대통령과 조율을 거쳤을 것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합리적 정책이 아니라 선거용 ‘정치 가격’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정책이나 방침이 곧 뒤집힌 사례는 한 둘이 아니다.

애초 석유 최고가격제는 급격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 응급 조치였다. 그렇다면 시장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국면에서는 단계적으로 가격을 정상화하여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순리다. 동결은 당장의 물가 지표를 방어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더 큰 재정 부담과 에너지 시장의 왜곡을 부른다. 이란 전쟁이 끝나도 국제 유가가 과거의 저유가 시대로 빠른 시일 내에 돌아가기는 어렵다. 정부는 경제 원칙을 우선으로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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