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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불송치 결정서, ‘공룡 경찰’ 시대 우려 키운다

dalmasian 2026. 4. 25. 06:37

[기자수첩] 2026.04.16.


‘피해자 진술, 피의자 진술, 사건 발생 전후 여러 정황 등으로 보아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 결정한 것임.’

7년 차 변호사가 받아 든 경찰의 불송치 결정서 내용이다. 이유는 이 한 줄이 전부였다. 왜 혐의가 없는지, 어떤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지는지, 어떤 증거가 부족한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어떤 진술을 믿기 어려웠는지, 어떤 증거가 부족했는지, 어떤 법리를 적용했는지가 적히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서와 대조적이다.

불송치 결정서는 가장 기초적인 수사 결과 문서다. 하지만 무혐의로 판단한 이유를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문장 몇 줄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의 판단에 이의 신청을 해서 다퉈보려고 해도 “표적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 된다”고 이 변호사는 토로했다.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가 개설한 웹사이트 ‘황당한 불송치 이유 대나무숲’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서 사례가 잇따라 올라온다. 불송치 결정서만으로 무혐의 판단의 배경을 알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몇 줄짜리 결정서로는 피해자도, 고소인도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전건 송치(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혐의 유무에 상관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것) 원칙이 사라지면서 경찰은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그만큼 설명 책임은 무거워졌다. 빈약한 불송치 결정서는 그 책임에 걸맞지 않다.

경찰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진다. 올해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경찰의 수사 권한은 한층 강화된다. 6·3 지방선거 뒤로 미룬 검찰의 보완 수사권 논의도 폐지로 결론 나면 경찰은 사실상 수사의 대부분을 쥐게 된다. ‘공룡 경찰’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실한 불송치 결정서가 방치된다면, 견제도 작동하기 어렵다. 이의신청 절차가 있다 해도 무엇을 다퉈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정서에 몇 줄 적고 사건을 종결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는 일선 현장의 수사 부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전 연인을 스토킹하고 보복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훈(44) 사건 역시 초기 수사 과정의 안일한 대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고(故)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을 두고도 유가족이 직무유기로 담당 서장을 고발하고 나섰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진술과 증거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어떤 이유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수사 결과라면 원점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게 수사기관의 마땅한 의무다.

“수사 환경 변화 전후 국가 전체 수사 역량이 보존·유지될 수 있게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말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입증되길 바란다.

권오은 기자 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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