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026.04.10.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아버지는 ‘요양원에는 가기 싫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죠. 그런데 오빠가 강제로 입소시키더니, 그 뒤에는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법에 정해진 아버지 재산은 찾아먹겠다고 합니다.”
한 의뢰인이 한숨을 쉬면서 이렇게 말했다. 의뢰인의 오빠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민법에 규정된 유류분(遺留分) 제도 때문이다. 자녀(직계 비속)는 민법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1을 유류분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제는 ‘효자’ 상속인이 ‘패륜’ 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소송에 맞서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개정된 민법이 3월 17일 시행됐기 때문이다. 기존 민법에서 상속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패륜 상속인의 범위를 고인의 부모(직계존속)에서 자녀와 배우자 등 모든 상속인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민법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피상속인에게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를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는 패륜 상속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대하다’ ‘심히 부당하다’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상속권 상실 여부를 가리는 가정법원은 아직 관련 사건을 심리한 경험이 없다. 패륜의 문턱을 낮추면 가족 내 분쟁을 부추길 수 있어 법관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버지 요양원 강제 입소’의 경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부친의 의사를 무시하고 입소시킨 뒤 방문하지 않고 연락도 안 했다면 ‘심히 부당한 대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양원 비용을 부담했으므로 경제적 부양 의무는 이행했다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
입증 책임은 패륜 상속인의 상속권 상실을 주장하는 효자 상속인에게 있다. 반대로 상속권 상실 위기에 처했다면 부모를 부당하게 대우하지 않았다고 증명해야 한다. 요양원 비용 납부 내역, 방문 기록, 부모와의 연락 내역을 정리해 두면 상속 분쟁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또 개정된 민법은 효자 상속인(기여 상속인)이 부모로부터 봉양의 보상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모 곁에서 10년, 20년 헌신하며 간병한 자녀가 받은 집 한 채를 다른 형제들이 나눠 갖자며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법원이 ‘이 자녀는 부모 봉양 의무를 다한 효자다’라고 판단하게 하려면 세 가지 점을 설득해야 한다. 기여(봉양)가 구체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하고, 증여 시점이 기여와 합리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증여액이 기여의 정도에 비춰 지나치게 많으면 안 된다. ‘오래 모셨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증여가 명시적 증거 없이 이루어진다. 지금 부모를 간병하거나 가업을 도우면서 보상으로 재산을 물려받을 예정이라면, 공증인 앞에서 ‘이 증여는 수증자가 피상속인을 장기간 부양한 데 대한 보상’이라는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문서 한 장이 유류분 소송에서 결과를 뒤집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번 민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2024년 4월 25일 패륜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한 데 따라 이뤄졌다. 헌재 결정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 대해 상속권 상실 청구를 하려면 개정된 민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9월 중순까지이므로, 약 5개월 남아 있다.
상속권 상실 청구는 가정법원에 해야 하는데,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민사법원에서 진행 중이라면, 어느 법원의 판단이 먼저 확정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두 소송의 시차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거나, 소송 중지를 유도하는 대응이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이응교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상속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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