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7.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대에 진입했다. 지난 2월 6000선을 돌파한 지 70일 만이지만, 중동 전쟁으로 5000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6000선을 회복한 4월 15일 이후로는 21일 만이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75%로, 4개월여 만에 지난해 연간 상승률과 같아졌다. 파죽지세라는 표현대로 주식 시장의 신기원을 개척하고 있다.
코스피 급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혁명이 낳은 반도체 수퍼 사이클 훈풍을 타고 올 들어서만 각각 120%, 140% 넘게 올랐다. 두 회사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약 47%)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70% 이상을 두 회사가 담당한 것이다. 두 회사의 실적 개선 효과만으로도 올해 코스피가 8000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대형주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때 맞춰 나온 정부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각종 증시 부조리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이 불신이 해소되기 시작하고 시장의 신뢰가 쌓이자 폭발적 상승을 가져왔다.
코스피 7000은 한국 증시 역사를 새로 쓴 이정표지만, 그 이면엔 짚어봐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반도체 쏠림에 의한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커졌다.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이 확연히 갈리는 증시 양극화도 심화됐다. 어제 코스피가 6% 넘게 올랐지만, 하락 종목이 679개로 상승 종목(200개)의 3배를 넘었다.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오히려 하락했다. 올 1분기 경제 성장률은 1.7%였지만, 반도체를 빼면 0.8%로 떨어진다. 증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증시와 실물 경기의 괴리도 크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이지만 고환율과 내수 침체로 서민 경제는 겨울이다. 유가가 치솟으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고유가·고환율에 이어 고물가까지 3고(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 호황이 소비를 늘리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작동하지 않는다.
코스피 7000이 반짝 상승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려면 제2, 제3의 반도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와야 한다. 대외 리스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다.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좀비 기업 퇴출과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AI·바이오·차세대 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국가적 지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는 지금이 구조개혁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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