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다시 보기★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 후폭풍… 하청·농민·주주까지 “내 몫은”

dalmasian 2026. 5. 21. 22:11

2026.05.21.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마련했지만, 이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대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누구에게, 얼마나 나눠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협력업체 노동자와 농민단체는 삼성전자의 성과가 원청 정규직만의 몫이 아니라며 성과 공유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주주단체는 과도한 성과급 지급이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영업이익 N% 성과급’ 구조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대기업 노조의 요구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하청 노동자 이어 농민단체까지… “성과 독식 안 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21일 삼성전자의 성과가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도 생산과 성장에 기여한 만큼, 성과 배분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연대와 상생의 책임을 다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위험과 열악함을 온몸으로 버텨낸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그리고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성과의 독식은 있을 수 없다”며 “이번 타결의 성과는 반드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도 ‘삼성전자 노사 합의, 성과 공유와 사회적 책임 논의 출발점으로’라는 입장문을 내고 “대기업의 성과가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삼성전자의 성장과 생산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가 함께 만든 결과”라며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납품 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상생 협력 강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논의는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을 넘어 농민단체의 요구로도 확산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삼성전자의 막대한 이윤의 출처에는 철저히 외면당한 농민의 피땀이 있다”며 “수도권 반도체 공장을 돌리기 위해 비수도권 농촌 지역에 거대 송전탑을 세우고, 농업용수가 부족해도 공장으로 먼저 관로를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농은 이를 근거로 ‘무역이득공유제’ 법제화를 요구했다. 무역이득공유제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이익을 얻은 기업의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 산업을 지원하자는 제도다. 전농은 “기업의 자발적 선의에 국가 경제를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직접 나서 기형적인 부의 독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주주단체는 반발… “주주 몫 침해” 소송 예고

성과 공유 확대 요구와 반대로, 주주 쪽에서는 이번 합의가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12%를 적산·할당하는 노사 합의는 주주에게 귀속돼야 할 잔여재산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이번 합의를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을 내고,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을 근거로 가처분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상대로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다.

개정 상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까지 넓힌 만큼, 과도한 성과급 합의는 주주 이익을 침해한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주주단체가 실제 소송에 나서더라도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주단체가 임금·단체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만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낼 법적 권리가 인정되기 어렵고, 이사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도 원고 적격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노사 합의 내용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구체적인 무효 사유를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이 노사 합의와 임금 결정에 대해 폭넓은 경영 판단 재량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성과급 협약이 이사의 임무 해태에 해당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경영 판단의 원칙상 노사 협상 결과만으로 이를 인정받기는 어렵다”며 “회사가 도산하는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주주의 직접 청구는 허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2026년 단체교섭 완전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하고 있다. /뉴스1

‘N% 성과급’ 요구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삼성전자 합의는 다른 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경영 성과의 12%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기로 하면서, 대기업 노조들 사이에서 ‘N% 성과급제’ 요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노조별로 보면 ▲현대차 순이익 30% ▲기아, HD현대중공업, LG유플러스 영업이익 30% ▲삼성바이오로직스 영업이익 20% 등을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경제단체들은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 직전 잠정 합의안을 마련한 데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흐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이날 삼성전자 노사 합의와 관련해 대화와 타협의 의미를 평가하면서도, 일률적인 이익 배분 요구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이 적정 수준의 이익을 주주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와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기업마다 투자 규모, 경기 변동성, 미래 경쟁력 확보 비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우리 몫’을 요구하면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young@chosunbiz.com
권오은 기자 oheun@chosunbiz.com
Copyright ⓒ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