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4700조 메가 프로젝트…정부가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

dalmasian 2026. 6. 30. 09:17

2026.06.3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4기의 서남권 메모리 팹 구축 등 신규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광주를 차세대 반도체 단지 후보지로 제시했고, SK하이닉스는 서남권에 약 400조원을 투입해 신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등 기존 투자를 합한 규모는 4700조원에 이른다. 충청은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패키징, 영남은 피지컬 AI와 로봇을 중심으로 하는 구상도 제시됐다.

문제는 투자 발표보다 실행이다. 반도체 산업은 국토 균형개발이 아니라 입지 경쟁력으로 승부가 갈린다. 업계가 말하는 ‘전수토인(전력·용수·토지·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큰 투자 계획도 현실이 되기 어렵다. 호남 클러스터만 해도 막대한 산업용수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단 한순간의 전력 차질도 허용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원전을 포함한 안정적 전력 공급망 확충이 필요하다.

화려한 청사진만으로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어제 최대 12년 앞당겨 주겠다고 밝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만 해도 온갖 인허가 규제로 시간과 노력, 비용을 들이며 계획대로 순탄하게 굴러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 사업인 만큼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책 기조가 흔들릴 때마다 사업 방향이 달라진다면 기업은 장기 투자를 이어가기 어렵다.

또 하나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치적 논란이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산업적 판단보다 지역 균형발전이 우선해 기업의 팔을 비튼 것이 아니냐는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은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 논란의 불씨가 계속 남는 한 사업 추진도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어제 이재용 회장은 “여러 인프라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가 ‘후보지’”라고 했고, 최태원 회장은 “제반 요건을 충족하는 곳에 공장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장 모두 투자 시점을 특정하기보다 필요한 인프라와 지원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와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숙련 인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투자가 무산된 독일 인텔 마그데부르크 공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에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은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과 신속한 행정,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결합하면서 성공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전력망과 용수, 교통망, 인재 양성, 규제 혁신까지 전 과정을 끝까지 책임지는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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