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강승규)
오늘 정부와 기업이 발표한 광주·호남 반도체 투자계획은 국가 산업전략 발표라기보다 정치쇼에 가까웠다. 산업부장관, 과기부장관, 기후환경부장관, 국토부장관의 PPT 발표는 형편없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회장의 투자계획은 눈물겨웠다.
반도체는 표를 따라 움직이는 산업이 아니라 인력과 전력, 용수와 공급망을 따라 움직이는 산업이다. 또, 그 결정은 오로지 기업의 결단이어야 하며 정부가 할 일은 오로지 경제안보 측면과 규제혁신 측면에서의 서포트여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오늘 서남권(광주·호남)에 800조 규모의 대규모 첨단 반도체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청권은 그 10%가량 수준인 81조 원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대체 국가 반도체 전략의 기준이 무엇인가.
첨단 반도체 공장은 아무 곳에나 지을 수 있는 공장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전문인력, 막대한 산업용수,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초대형 전력 공급망, 수백 개 협력기업이 집적된 산업생태계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만 부족해도 경쟁력을 잃는다.
첨단 반도체 거점을 새롭게 조성하려면 인력과 전력, 용수, 협력기업 생태계, 그리고 첨단 연구인력이 만족할 수 있는 도시형 인프라 구축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AI 시대의 반도체 산업은 전력과 용수 확보가 절대적이다. 정부도 오늘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으로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을 강조했다. 그걸 잘 알면서 어떻게 호남권에 반도체 거점을 구축한다는 것인지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그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날씨에 따른 간헐성을 갖고 있고, 출력조절이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24시간 한 번도 끊김 없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수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를 재생에너지로 가능하게 하려면, 별도로 막대한 양의 ESS(에너지 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예비 전력인 LNG 발전소가 상시 대기 모드로 있어야 한다.
또, 반도체 산업은 하루 수십만 톤의 산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호남권은 대규모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뒷받침할 산업용수 공급 역량이 떨어진다. 민주당은 대규모 댐 건설도 환경보호를 이유로 반대해온 세력이다. 정부·여당은 섬진강을 틀어막을 것인가, 영산강을 틀어막을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충청도의 대청호 용수를 탐내는 것인가?
충청권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온양·천안 패키징 클러스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개발 인프라가 집적된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축이다. 동시에, 충남은 전국 최대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갖춘 에너지 중심지이며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이후 국가 산업전환의 최적지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신에너지 산업을 결합하면 대한민국 반도체 공급망과 AI 산업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다.
국가전략산업은 선거 결과에 대한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 내 차기 대권 싸움에서 대통령이 쥔 꽃놀이패도 아니다. 국가 전략산업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다면 그 피해는 감히 짐작도 할 수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에 대한 항구적 영향력 행사를 기준으로 반도체 산업의 입지를 결정한다면, 그 대가는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이 치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당장 무모한 계획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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