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2026.06.30.

강준구 정치부장
여야의 당권 다툼을 보다 보면 그야말로 적대적 공생이란 말 외에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8·17 전당대회만 이기면 차기 대권도 벌써 자기 게 된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 지리멸렬한 국민의힘 상황이 부채질했을 것이다. 국민의힘의 당권 갈등 장기화도 집권 2년 차에 벌어지는 이례적인 명·청 갈등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 거대 여당의 내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은 국민의힘에 호재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정이 지저분하더라도 당권만 차지하면 정권 교체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력 쟁취가 목적인 정당의 판단을 탓할 순 없으나 어지간히 했으면 싶다. 노골적인 권력욕만 앞세워 당권 싸움을 벌이니 이게 우리가 알던 정치가 맞나 갸우뚱하게 된다.
국민의힘이 여당에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는 정청래 전 대표의 연임이다. 정청래 지도부의 내란 공세는 지방선거 결과에서 보듯 유효기간이 다 됐다고 본다. 당 내분으로 엄두를 못 내는 상황에서 여당이 청와대를 견제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다. 한 국민의힘 중진은 사석에서 “정 전 대표가 연임한다면 여권 내부 갈등, 당·청 갈등이 더 확대될 거다. 우리로선 내부를 재정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자중지란 속 시간을 가지고 재정비를 마쳐 총선부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중도층의 민심 이반도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에 소구해 당권을 잡고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에서 맞춤형 중도보수 전략을 꺼내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종의 단계적 전략으로, 국민의힘보다만 나으면 되는 거대 양당 체제의 맹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를 전략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정당이며, 민주당 소속 대통령이 중도·통합을 얘기해도 효과가 잘 안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을 위선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장동혁 지도부가 버티기를 바란다. 여야 주어를 바꾸면 고스란히 같은 이유다. 장동혁 지도부가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이상 중도층은 민주당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 오세훈·한동훈이 살아난 건 아프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알아서’ 잘 견제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당·청 갈등을 응원하듯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내전 장기화를 염원한다. 원내지도부의 봉쇄 전략에도 불구하고 장동혁 대표는 최근 “보수 재건은 임기를 지키는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장 대표가 본인 체제를 공고히 하든, 내전 끝에 물러나든 국민의힘이 출구를 마련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8월 새 지도부를 꾸리는 민주당은 이 덕분에 내부를 다질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여야가 모두 상대 지도부를 ‘응원’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못 볼 꼴은 당원이 아닌 대다수 국민이 보고 있다. 여야는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당원 주권주의’를 내걸었고, 그 당원들은 두 패로 갈라져 서로를 맹비난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의 ‘뉴노멀’ 고통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는 각각 검찰 개혁과 전국 재선거를 1순위로 외치는 중이다. 부동산·주식 자산 양극화, 절벽 끝 청년세대, 반도체 특수와 상법·노동조합법 개정에 따른 경제 구조 변화를 입에 올리는 지도부는 없다. 여야 지도부의 이 같은 적대적 공생은 매우 드물다. 당원을 설득하기보다 비위를 맞추고, 선거철에만 반짝 합리성을 내세우는 쉬운 정치. 참으로 이상한 나라의 정당들이다.
강준구 정치부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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