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2026.07.06.
인공호흡기 달아줬는데
기회 날리고 내분 기승…
이것은 초비상사태다
2년 뒤 총선 대비하며
나라를 위한 환골탈태
신임투표 결행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정당은 자고 깨면 싸움질이다. 당대표 사퇴 문제로 싸우더니 이제는 ‘이적(利敵) 의원’ 탄핵으로 불똥을 더 키웠다.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의 오만과 독주에 질린 국민들이 “애먼 야당 트집 잡는다”라는 구설이 두려워 쉬쉬하며 ‘곧 제정신으로 돌아오겠지’ 하고 기다려주는 동안, 야당 내의 싸움은 어느덧 통제 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정권 몰락 과정에서 야당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겼던 보수층 국민은 야당 내부 사태의 진전을 지켜보며 되도록 말을 아껴왔다.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고 당이 의기소침한 상태에 있는데 저 정도의 진통은 있겠지 하며 사태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최대 의석을 배경으로 온갖 의회 독재의 횡포를 부리고 위세를 떨치는 것을 보다 못한 국민은 지난 6·3 선거에서 국힘에 심폐 소생술을 시행해 줬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인공호흡기를 달아준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막바지 기회를 활용하는가 기대했는데 국힘의 내분은 더 기승해졌다. 심지어 지자체 선거가 야당의 ‘승리’라고 억지 부리는 사태도 있었다.
이제 국민 차원에서 당대표 ‘나가라’ ‘못 나간다’의 싸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왔다. 이 나라 보수 세력의 복원을 위해서도 국힘의 이 하염없는 소모전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보수 정당이 살고 국회가 활성화되고 집권 세력의 독단과 독재화를 막는 차원에서도 ‘대한민국의 야당’이 빨리 회복되고 정립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힘은 당대표 신임 투표를 결행했으면 한다. 당헌·당규에 그런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안다. 문제가 있다고 그것을 매번 당원들에게 묻는 것은 정상적인 당 운영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변질된 이상, 이것은 초비상사태다. 당의 총의로 의견을 모으면 못 할 것도 없다. 당대표 재신임 투표는 당권파로서는 사퇴론에 쐐기를 박는 기회일 수 있고, 사퇴 주장론 측도 더 이상 사퇴의 명분을 고집할 수 없게 된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타협 수단이다. 서로가 합의하면 그것이 곧 당의 총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힘이 여기서 더 이상 당대표 사퇴 문제에 매몰되지 않고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절체절명의 이유는 2년 뒤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엊그제 지방선거를 치른 만큼 앞으로 2년간 선거는 없다. 선거에서 해방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현재의 절대다수를 업고 모든 좌파 정책을 세차게 밀어붙일 것이고 야당인 국힘당은 가뜩이나 절대 소수인 데다 내분에 휩싸여 속수무책에 구제불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당이 일어서지 못하면 2028년 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그런데 지금 당대표 싸움이 바로 그 총선거에 앞선 전초전이라는 데 더욱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당의 원로는 국민의힘 당대표 싸움이 2년 뒤 국회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의 전초전이라고 했다. 그는 “그때 누가 공천권을 쥘 것이며 누가 돼야 내 공천에 유리한가를 저울질하는 당 중진·다선 의원, 특히 영남권 터줏대감들의 계산이 오늘날 당대표 싸움의 본질”이라고 했다. 당의 개혁, 보수 노선의 재정비 및 혁신, 그리고 국민 정당으로서의 대표권 획득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당대표 제도를 없애자는 무용론을 들고나온 배경에도 그런 뜻이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러려면 국회의원 공천 시스템에 획기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 중앙에서 지명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지역 당원이나 주민이 선출하는 예비 선거(프라이머리)라는 상향식 공천 제도가 전제돼야 한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싸움을 앞두고 야당이 아직도 아무런 결정은커녕 당대표 퇴진론에 갇혀 있는 상황은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저런 무기력한 야당에 표를 준다는 것이 두렵다는 사람도 있다.
야당은 스스로 환골탈태의 정리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나라가 더 이상 좌파 세력의 무소불위 독무대로 둔갑하기 전에 여기서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힘을 위해서라기보다 나라를 위해서다. 그리고 집권 세력에게도 균형 잡힌 국정으로 되돌아서는 계기를 주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서는 2년 뒤 202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의 실지(失地) 회복을 위해서다. 이도 저도 못 하겠다면 나머지 길은 하나뿐이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dj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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