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06.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보장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그러나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사전 투표 기간부터 의원실에는 투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시각 장애인 유권자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6·3 지방선거 투표소를 찾은 한 시각 장애인 유권자는 투표를 위해 점자 보조 기구를 받았다. 하지만 투표 지역명이 해당 유권자가 거주하는 강남구가 아니라, 강북구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비장애인용 투표용지에 글자가 틀렸다면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만한 대형 사고다.
그러나 선관위는 의원실의 질의에 “사전 투표 첫날에 알게 돼 재인쇄했다” “본투표 날 인지해 투표 보조 안내로 대체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오류에 대한 진지한 사과나 책임 있는 설명보다는 ‘대체했으니 그만’이라는 안일한 인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선관위의 답변은 우리 사회의 참정권 보장이 얼마나 비장애인 중심적이며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관위는 6·3 지방선거에서 관외 사전 투표용 점자 보조용구를 제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종류가 너무 많다’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점자 출판 시설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마디로 ‘복잡하고 번거로워서 안 했다’는 고백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맞춤형 소량 인쇄가 가능해진 2026년 현재, 대한민국 선거 행정을 총괄하는 기관이 내놓은 대답치고는 지나치게 게으르다.
선관위는 예산과 인력, 인프라의 한계를 핑계 대기 전에 적극적인 대안을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지 않았다. 점자 출판 환경 지원, 대체 자료 공보물 보급을 위한 부처 간 협업, 사전 선거인 예측 시스템 도입을 비롯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흔적을 찾기 어렵다. 국가가 행정적 비용과 번거로움을 이유로 특정 집단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순간,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효율성의 독재’가 된다.
선관위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기호가 없고 후보자 게재 순위가 달라 관외 선거인에게 점자 보조 용구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선택한 교육감 후보를 어떻게 확인하고 기표하란 말인가? 비장애인에게는 당연한 ‘비밀투표의 권리’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제공하기 어려우니 투표 보조인(가족이나 사무원)의 손을 빌리라’는 강요로 돌아온다. 이는 헌법이 보장한 직접·비밀투표의 원칙을 국가 기관 스스로 훼손하는 처사다. 게다가 이러한 장애인 유권자 응대 교육에 대해 중앙선관위 차원의 별도 점검 체계조차 없다는 사실은 현장의 혼란을 방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지자체 선관위에 교육을 떠넘기고 감시하지 않으니, 현장에서는 유권자가 상처받고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반복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그 축제에 온전히 초대받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그 축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은 ‘이래서 불가능하다’는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시각장애인이라도 혼자서 온전히 투표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투표하는 행위의 무게는 비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나 정확히 같다. 선관위의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가 전면 개선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선거는 결코 평등하다고 말할 수 없다.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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