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투표함 세 번 연 일본 선관위

dalmasian 2026. 7. 7. 06:42

[특파원 리포트]  2026.07.05.
지방선거가 남긴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자체 진상 규명을 내세우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 애쓰는 모습이지만 지난 1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여야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 무능한 선관위에 대한 논란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온다. 유권자들의 분노는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몰랐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선관위의 태도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최근 지방선거를 둘러싼 진통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우리와 사뭇 달랐다. 지난 3월 도치기현 소도시 나스마치(那須町) 정장(町長) 선거에서 현직인 히라야마 유키히로가 신인 고야마다 노리유키 후보를 단 1표 차로 이겼다. 고야마다 측은 즉시 마을 선관위에 재검표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상대 표가 2표 늘어나며 패색이 짙어졌다.

지난 3월 일본 도치기현 나스마치 정장(町長) 선거에서 맞붙은 현직 히라야마 유키히로(왼쪽)와 고야마다 노리유키 후보. 세 번에 걸친 검표 끝에 고야마다가 히라야마를 2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테레비아사히

그는 상위 기관인 도치기현 선관위에 재차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달 현 선관위가 투표용지 1만566장을 전부 다시 검표했고, 고야마다가 5106표로 히라야마 정장을 2표 차로 앞섰다.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선관위 직원 25명이 투입돼 10시간이 꼬박 걸린 강행군이었다. 투표일로부터 석 달 넘게 당락이 확정되지 않는 행정 공백과 이로 인한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최종 결과에 의혹을 남기지 않겠다”며 투표함을 원점부터 다시 연 현 선관위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 선관위는 “앞선 검표 절차가 다소 성급했다”며 하급 기관인 마을 선관위의 오류를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마을 선관위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수용했다. 패자가 된 히라야마는 고등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전하면서도, “전자투표 도입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겠다”며 이번 일을 제도 개선을 위한 전화위복으로 삼겠다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세 번의 개표로 당락이 뒤바뀌는 초유의 소동에도 일본 사회는 후보나 선관위를 향한 비난보다 참정권의 진의인 ‘한 표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는 분위기다. 선관위 주체마다 엇갈린 득표 판정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해진 제도 안에서 끝까지 다투고 ‘제 식구 감싸기’ 없이 하급 기관의 오류를 투명하게 바로잡는 시스템이 돋보였다.

공정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바로잡는 시스템과 책임을 인정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국가 기관의 태도다. 비슷한 시기에 한일 양국에서 벌어진 선거 논란을 보며 씁쓸한 감정이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선 확정 지연에 따른 행정적 차질을 감수하며 원칙과 공정을 끝까지 책임진 일본과, 문제가 터지자 ‘폭탄 돌리기’ 하듯 책임 회피에 급급한 한국 선관위의 민낯이 겹쳐 보였다.

도쿄=김동현 특파원 bo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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