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핵보유국 인정’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는 환상이다

dalmasian 2026. 7. 7. 06:40

[朝鮮칼럼]  2026.07.06.
北 외무성에서 겪어보니
비핵화는 진심인 척하며
‘시간 벌기’ 수단으로 활용

핵보유 공식화한 김정은
한·미·일 공조 점검하면서
더 강한 억지력 확보해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6월 20~22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핵무력을 끊임없이 확대·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길"이라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최근 김정은은 신설 핵물질 생산기지를 잇달아 시찰하며 “핵무력의 기하급수적 강화”를 주문했다.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핵보유국 지위 행사’를 강조했다. 북한이 핵보유국 노선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동안, 북·중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미 견제와 압박 차원에서 이 문제를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외무성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경험에 비춰보면, 비핵화 협상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북한 정권에 핵은 생존을 위한 핵심 무기로, 체제 안전에 대한 확실한 보장 없이는 포기하기 어렵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은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당시 외무성 1부상이었던 강석주는 김정일의 말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공화국이 세기적 염원을 실현했다. 정말 어렵게 큰 산을 넘었다. 그 큰 산은 미국도 일본도 아닌 중국이다. 더 이상 중국이 우리를 약소국으로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

외부에서는 대미 억제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북한 지도부에게 핵은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자주성의 상징이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국제질서에서 지위를 전환하고자 했다. 경제적으로 빈곤하지만, 군사적으로 강대국 반열에 오르겠다는 욕망이 핵 개발의 또 다른 동력이었다.

1차 핵실험 당시 북한 내부 분위기는 뜨거웠다. 외교관들도 자긍심을 느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만 독점하던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게 됐다는 당국의 말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가 쏟아졌지만, 주민들에겐 “민족사적 대사변”이라는 선전만 전달됐다.

하지만 이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됐고 해외 파견자들은 비자 발급이 어려워졌으며 무역 기관들은 거래처를 잃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오르는 물가를 체감했다. 2차, 3차, 4차 핵실험이 진행될수록 1차 핵실험 당시의 열광은 사라졌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또 핵실험을 한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었다. 핵이 체제를 지켜주는지는 몰라도 삶을 개선하진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북한 정권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김정일 시대에는 핵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핵개발 완성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가장 컸으나, 체제 안전 보장을 전제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목적도 다분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가 되자 핵개발은 더 공세적으로 변했다. 김정일 집권 때 핵실험은 2회에 그쳤지만, 김정은 집권 후 4회나 감행됐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ICBM 실험과 수중 발사 SLBM 실험 등 투발 수단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은 김정은 시대에도 이어졌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의제로 역대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실현됐으며, 남북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에 진심으로 임하는 척하며 핵심 시설이 아닌 일부분을 공개하거나 폐기했다. 그 대가로 막대한 경제 지원과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북 정상회담 불발로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포항에서 진행된 신형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취역식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 해군 역사의 이 결정적인 순간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2022년 9월 북한은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며 숨겨온 송곳니를 드러냈다. 이듬해 10월에는 헌법을 개정해 핵 보유를 법제화했다. 핵을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던 전략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핵보유국 지위 공식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최근 발언, 김여정과 외무성의 담화 등은 이 변화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든 안 하든 핵보유국으로 행동하겠다는 선언이다. 협상 목적이 비핵화일 것이라는 기대는 허상이 되고 있다.

더구나 북한 핵 보유를 강경히 반대하던 러시아와 중국의 태도도 애매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북한과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한반도 비핵화 언급을 회피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낮추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안보·번영과 직결된 문제다.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과 함께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전반을 점검하고 더 강력한 억지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유럽연합과 나토와의 협력은 필수다. 한·중, 한·러 전략 소통을 유지하고 다자 공간을 활용한 균형 외교도 중요하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이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협상을 비핵화의 도구로 여기던 시대는 끝났다고 고집한다. 과거와 같은 접근법으로는 또다시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

이일규 前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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