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청년 정책’ 말잔치는 그만하자

dalmasian 2026. 7. 10. 09:51

[데스크에서]  2026.07.10.
취업과 주거 마련, 자산 형성 과정에서 요즘 20~30대 청년들은 세대·계층 간 격차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2월부터 ‘벌어진 격차, 멀어진 세대’ 기획을 보도하면서 사심(私心)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머지않아 고단한 청년 대열에 합류할 중고생 두 자녀가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추가 세수로 미래대응기금을 만들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2030 청년을 위한 주거·창업·일자리 지원, 양극화 대응에 투입하겠다는 지난 5일 청와대 발표에 기자이자 아빠로서 귀가 솔깃했다. 특히 정부가 심각한 청년 격차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점이 반가웠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나랏돈으로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민주당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가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와 함께, 청년 정책을 따로 구분 짓는 역대 정부의 시행착오가 재현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노동·교육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부동산 세제·금융 등 국정 전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할 거대한 방정식을 청년 정책이라는 틀로 따로 풀려는 발상은 제대로 먹힌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3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문재인 정부 들어 폐지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청년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웬만한 정부 부처에 청년정책과가 생겼지만, 청년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되레 심해졌다. 코로나발(發) 유동성 폭발로 집값이 폭등했지만 공급 대책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빚을 갚을 수 있는 청년들조차 집을 못 사게 했다. 제조업 침체에 따른 양질의 일자리 감소도 양극화에 가세했다. 청년 관련 법이나 부서가 모자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4월 청년 전담 연구기관이나 부서를 만들어보라고 했고, 이번엔 기금 신설안까지 나왔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정책 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우재준 국민의힘의원, 박 장관,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 봉건우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 위원장. /뉴시스

청년 맞춤형 혈세 잔치는 국제 사회에서도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겠다며 ‘청년 보장제’ 등 명목으로 2014년부터 250억유로(약 43조원)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유럽감사원(ECA)은 기금 혜택이 없었어도 충분히 취업했을 청년들을 뽑은 기업에 채용 인센티브 격 보조금이 낭비됐다는 평가 보고서를 지난달 발표했다. 기금의 거의 절반을 가져간 스페인·이탈리아는 철밥통 정규직과 불안한 비정규직이 양분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청년 취업난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대표적 회원국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병폐를 겪고 있다.

청년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의지는 환영한다. 하지만 청년 문제를 청년 정책으로 따로 풀겠다는 발상은 좀 더 숙고하기 바란다. 종합적 구조 개혁 없는 ‘청년 정책’ 말잔치는 할 만큼 했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