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0.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성호 법무장관이 8일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와 관련해 “정부 입장은 보완수사권 폐지이지만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국회 법사위에 참여해 여러 우려를 전달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최근 검찰 보완수사로 경찰 수사 과정의 증거 인멸이 드러난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보완수사 존치를 요구하자 이같이 말한 것이다. 보완수사 폐지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야당에게 대신 제기해 달라고 한 것이다.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 아닌가.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과 관련한 ‘공소 취소 거래설’이 불거졌을 때 “공소 취소를 지휘할 생각 자체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 뒤 국회 법사위에선 “(이 대통령 사건) 수사 과정 위법성을 조사해 그게 문제가 된다면 입법적 결단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며 특검에 의한 공소 취소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자기는 빠지고 특검에 미룬 것이다.
검찰이 10월에 폐지되면 수사권은 경찰이 거의 독점하게 된다. 그 경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인 보완수사권마저 사라지면 경찰이 잘못한 수사를 기소 전에 바로잡을 길이 사실상 없어진다. 경찰에서 가해자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심지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도 검사가 이를 막기가 어려워진다. 그 피해는 대부분 돈 없고 힘 없는 약자가 입게 된다.
정 장관은 그동안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며칠 전에도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보완수사로 살인범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경찰 수사 견제 장치인 보완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 역시 “아주 최소한의 범위만이라도 보완 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당내 강경 지지층이 완전 폐지를 원하고 그 주장에 발을 맞추지 않았다가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우려되자 입을 닫아 버렸다.
대통령도 담당 장관도 국민 삶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내팽개쳤다. 그리고 야당에게 그 역할을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그럴 거면 아예 정권을 넘겨야 옳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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