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박주현)
2026년 대명천지 여의도 한복판에 난데없이 피 튀기는 조선 시대 사극 대사가 울려 퍼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등판한 송영길이 당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임기 4년 남은 대통령과 당 대표가 싸우다니, 옛날 같으면 역적으로 목을 잘라 진압해야 할 사안”이라며 서슬 퍼런 칼춤을 추었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절대존엄의 심기를 거스르면 작두에 목을 밀어 넣어야 하는 봉건 왕조로 퇴행했단 말인가. 겉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이라는 화려하고 근사한 민주주의의 간판을 달고 있으면서, 속으로는 수령을 호위하며 반대파를 역적으로 몰아 참수형을 운운하는 기막힌 1인 사교 집단의 고백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반대파의 목을 치는 것이 시원하고 좋다면, 왜 하필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에 태어나 이 고생을 하시는가. 차라리 북쪽의 수령 체제나 조선 시대로 태어나 '경찰총국'이나 ‘내금위장’ 완장을 차고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 본인의 적성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텐데 참으로 시대와 장소를 잘못 타고난 불행한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이 엽기적인 사극의 압권은 이어지는 송영길의 눈물겨운 찬양가에 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그렇게 일을 잘하는데 당이 뒷받침이 안 된다"며 한탄했다.
도대체 몇 번째 다중 우주에서 일을 잘하고 있다는 것인가. 동네 어귀 아무 가게나 들어가 물어봐도 '이러다 죽겠다'는 신음소리만 나고, 물가는 고삐가 풀려 서민들은 에어컨 전원 버튼 하나 누르는 데도 손을 벌벌 떨고, 입틀막법으로 시민의 혀끝을 꿰매버린 것이 이 정권의 눈부신 치적이다. 온 나라가 엉망진창인데 권력자의 곁에 선 해바라기들은 "우리 임금님 새 옷이 참으로 아름답다"며 아부를 떤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조차 이들의 맹목적인 충성 앞에서는 다큐멘터리가 된다.
가장 실소가 터져 나오는 대목은 이런 거창한 충성 맹세와 도덕적 훈계를 늘어놓는 스피커의 정체다. 송영길이 누구인가. 온 나라를 경악게 했던 전당대회 '현금 돈봉투 살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쩐내 나는 녹취록이 세상에 공개되어 온 국민이 그 알량한 민낯을 다 들여다보았건만, 법의 맹점을 타고 증거 채택을 요리조리 피해 갔다고 이제는 아주 개선장군처럼 중진 행세를 하며 당의 기강을 논한다. 부패의 한복판에 있던 자가 역적의 목을 치라며 호통을 치는 꼴이라니, 바닥을 알 수 없는 민주당의 도덕적 파산 상태를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캐스팅이 또 있을까. 게다가 반노로 맹위를 떨쳤던 노무현 시절의 자신은 꽤나 바람직한 역적이였나보다.
이런 자가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서 핏대를 세우며 부르짖는 핵심 공약이 바로 "검찰의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돈봉투가 날아다니고 부패가 곪아 터져도, 그것을 파헤칠 검찰의 메스만 완전히 뺏어버릴 수 있다면 자신들의 카르텔은 영원히 안전한 무균실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부패 혐의자는 훈장을 달고 떵떵거리며 반대파의 목을 치라 소리치고, 시민들은 행여나 한마디 잘못 썼다가 일베로 몰리거나 징벌적 배상의 철퇴를 맞을까 봐 숨을 죽이는 나라. 낡고 냄새나는 돈봉투와 사극 대사가 어우러진 이 기괴한 현실이 행여 꿈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개정안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법이다. (0) | 2026.07.15 |
|---|---|
| 변동성은 죄가 없다…삼전닉스 60% 쏠린 코스피, 진짜 위험은 나쁜 의사결정 (0) | 2026.07.15 |
| 모두의 스포츠는 없다 (0) | 2026.07.15 |
| 돌봄기본법이 가야 할 방향 (0) | 2026.07.15 |
| 대통령의 그릇 (0) | 2026.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