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좋은 제도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dalmasian 2026. 7. 21. 07:24

2026.07.21.

김잔디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

좋은 제도는 사람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설계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릇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불완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국가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사람으로 구성된 기관이다. 경찰은 검찰의 견제를 받고, 검찰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며, 법원의 판결 역시 항소와 상고를 통해 다시 검증된다.

최근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한 검찰 권력 통제라는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 통제받지 않은 권력은 필연적으로 남용된다. 그러나 거대한 검찰 권력의 적절한 축소라는 공익적 목적이 있더라도 그 수단으로 제기되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공익을 해하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 정당화되기 어렵다.

형사절차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특정 기관의 막대한 권력이 아닌 오판이다. 무고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처벌돼야 할 범죄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하는 것 역시 사회가 감당해야 할 크나큰 비극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이러한 원칙을 되새기게 하는 사례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성범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피해자 의복에서 채취한 DNA를 분석해 새로운 증거를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그 결과 사건의 실체는 한층 더 명확히 드러났으며 법원의 판단 역시 달라졌다.

검찰이 경찰보다 우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한 주체의 판단으로 진실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다른 주체의 이차적인 판단을 통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형사절차는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기 때문에 이를 행사하는 각 주체에 대해 상호 견제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불가피하다.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기록만을 보고 치료하는 의사에게 자신을 맡길 사람이 있을까.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기록만을 검토한다. 설령 기록에서 의문점을 발견하더라도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하지만 이미 결론을 내린 수사기관이 스스로 자신의 결정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수사기관 역시 확증편향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은 그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피의자와 피해자, 나아가 국민에게 돌아간다.

검찰의 권력은 통제돼야 한다. 권력이 막대하면 막대할수록 통제는 엄격해야 한다. 다만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권력을 강화시키는 특권이 아니며, 통제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된다. 보완수사는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혹시 놓치거나 왜곡된 증거는 없는지, 억울한 피의자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보완수사권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관련 법제 개정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요건을 대통령령인 수사준칙규정에서 규정하고 있다. 수사권의 범위와 같은 본질적인 사항은 명령이 아닌 형사소송법에서 직접 규정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민주적 정당성 측면에서 더욱 적절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개시한 경우 그 사유를 서면으로 기록하거나 공소기록에 첨부하는 등 절차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찰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개혁이 권력 축소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이 공정한 사법절차를 보장받고,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교화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다.

김잔디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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