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전략적 자퇴’의 함정

dalmasian 2026. 7. 21. 07:28

2026.07.21.

장성연 전국대학교 입학관련 처장협의회 회장

2025학년도 일반고 1학년 자퇴생이 처음으로 1만명을 넘었다. 기말고사 직후 입시 상담 현장에는 “한두 과목에서 1등급을 놓쳤으니 자퇴하고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지 않으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면 서울대와 의대는 물론 서울 주요 대학도 어렵다’는 말이 교실과 온라인을 떠돌기 때문이다. 그 불안은 실재한다. 이 글이 문제 삼는 것은 건강이나 가정 사정 등 불가피한 학업 중단이 아니라, ‘내신을 초기화하면 대입에 유리하다’며 권하는 전략적 자퇴다.

2028학년도 대입은 전체 모집인원의 약 70%를 학생부위주전형으로 선발한다. 학교생활의 무게는 오히려 커졌다. 바로 이 사실이 자퇴의 셈법을 무너뜨린다. 학교를 떠나면 3년에 걸쳐 쌓아야 할 핵심 평가 자료의 누적이 멈추기 때문이다. 전 과목 1등급은 높은 성취지만 합격의 충분조건도 필요조건도 아니다. 2028학년도 시행계획상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대표 학생부교과전형 중 교과 성적만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전형은 없다. 또 2025학년도 일반고 고1 가운데 1·2학기 전 과목 1등급 학생은 4659명(1.08%)인 반면, 교육부가 집계한 서울 주요 19개 대학의 모집정원은 6만1939명이다. 이들을 모두 모아도 정원의 10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전 과목 1등급이 아니면 어렵다’는 말은 실제 선발 규모를 설명하지 못한다. 최상위 모집 단위는 높은 성취를 요구하지만, 그 좁은 구간의 경쟁이 모든 전형의 자격선은 아니다.

‘자퇴하고 수능에 집중하면 된다’는 셈법도 위험하다. 서울대는 정시에서 교과역량평가를, 고려대 등도 일부 정시에서 학생부 요소를 반영한다. 검정고시 경로에서는 이들 서울 주요 15개 대학 중 13개교의 대표 학생부교과전형에 지원할 수 없고, 지원 가능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도 학교생활기록 대신 대체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듬해 고1로 다시 입학하는 ‘내신 리셋’도 등급 몇 개만으로 유불리를 계산할 수 없다. 학생부 정성평가는 과목 선택과 학업의 흐름을 함께 본다. 자퇴가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소규모 학교나 농산어촌 학교는 불리하다는 계산도 성급하다. 학종과 정성평가를 두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는 수강자 수와 교육과정 여건,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학교 이수 노력도 함께 살핀다. 학교 규모보다 주어진 여건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가 중요하다. 평가 기준을 더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도, 학교를 떠난 학생에게 다시 배울 길을 열어주는 것도 대학과 교육 당국의 책임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소문보다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과 추후 모집요강을 확인하길 바란다. 자녀의 성적에 함께 흔들리기보다 배움을 쌓는 과정을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대학이 찾는 학생은 완벽한 성적표의 주인만이 아니라 흔들리고도 다시 배우기를 멈추지 않은 사람이다. 등급 하나가 한 사람의 가능성을 결정하지 않는다.

장성연 전국대학교 입학관련 처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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