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탈원전 실수” 독일의 후회… 에너지는 다차원 대비를

dalmasian 2026. 4. 7. 20:58

[광화문에서/이유종] 2026.04.06.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1998년 9월 독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은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녹색당은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2000년 6월 독일 연방정부와 전력회사들은 단계적으로 원전을 폐기하는 ‘원자력 합의’에 동의했다. 기독민주연합으로 정권이 바뀐 뒤 2009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는 원전 가동 시한을 연장하려고 했지만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터지자 번복했다. 한때 원전을 37기까지 가동하며 전력 3분의 1을 의존했던 독일은 2023년 4월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그렇다면 독일의 탈원전은 성공했을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최근 유럽이 원자력 에너지를 외면한 게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개인적으로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이런 공개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독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할 정도로 현재 심각한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버드인터내셔널리뷰(HIR)는 독일의 경제 위기 중 하나가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탈원전 이후 에너지 공백을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지 못하자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로가 막혀 에너지 비용이 급증했다. 에너지 비용 부담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고 독일 경제는 휘청댔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자력과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비중은 늘렸다. 현재 전체 전력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60%에 달하며 2030년 80%, 2035년에는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생산량이 들쭉날쭉하다. 햇빛이 적고 바람이 불지 않는 시기에는 대체 에너지가 필요하다. 생산지도 널리 퍼져 송전망 설치비, 송전 손실 등도 많이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독일의 가정용 전기는 한국보다 3배 이상, 산업용 전기는 2배 이상 비싸다. 부족한 전력은 덴마크 등에서 수입하는데 수입량 20% 이상은 원자력으로 생산됐다. 전력이 부족해진 독일은 급기야 탄소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석탄 화력발전으로 공백을 메우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 정부는 원전 신규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탈원전 카드’를 매만졌다.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등 이미 수십 년 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도 2, 3년 전부터 다시 원전을 재가동하던 상황이었다. 이 국가들은 시설을 해체하지 않아 그나마 재가동이 가능했다. 독일은 몇 년째 원전 시설을 해체 중이라 재가동하려면 신규 건설에 준하는 작업이 필요해 당장 재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친환경, 가격, 안전성, 수급 등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없다.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게 이상적인 최선책이겠지만 현실에선 원자력, 가스, 석유, 석탄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란전 개전 이후에는 에너지 문제가 안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도 탈원전 과정을 마쳤다면 현재 에너지 위기에선 어떤 대응을 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합리적인 ‘전력 믹스’로 미래 세대가 불안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때다.

이유종 정책사회부 차장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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