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배달시장 40조 시대, ‘규제의 틀’ 대신 ‘성장의 사다리’ 논할 때

dalmasian 2026. 4. 7. 20:49

[기고/고경진]2026.04.07.

고경진 회장
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 저성장의 어려운 시기에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최근 정치권과 행정부를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를 포함한 강제적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규제를 통해 상생을 강제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신중하다. 민간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 구조에 정책적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자칫 우리 외식 산업의 역동성과 생태계 자생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민국 외식 시장은 연간 약 1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생태계다. 이 중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거래액은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국민의 식생활 인프라이자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한 필수 채널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배달 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대비 약 3배에 달하는 폭발적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제는 연간 40조 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시장은 ‘음식점 사업자-라이더-플랫폼-소비자’라는 네 축이 맞물려 돌아가는 사슬 구조다. 특히 플랫폼은 현재 전국 80만 외식업체 중 절반 가까이 입점하여 50만 명의 라이더와 함께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거대한 일터이자 실질적인 생계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만약 이 인프라가 흔들리게 되면 배달 지연과 서비스 저하가 발생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주들의 매출 타격과 소비자의 불편으로 돌아오게 된다.

현장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제도적 처방은 자칫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깨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적정 비용 구조가 흔들리면 플랫폼사는 마케팅 지원을 줄이는 등 보수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수요 위축으로 이어져,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가 도리어 ‘매출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여기서 본질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 보자. 과연 수수료가 자영업자 위기의 몸통인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인 외식 업소의 매출 대비 원재료비는 약 40%, 인건비 25%, 임대료는 15% 내외를 차지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수수료 1~2%를 낮추는 것이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치솟는 식자재비와 인건비, 고금리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등 거시적인 비용 상승 압박이 자영업자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에게 절실한 마중물이 될 수는 있지만, 메말라가는 외식업 생태계 전체를 살리기에는 여전히 근본적인 처방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수료 논의에만 매몰되는 사이, 정작 시급한 ‘종합적인 자영업 지원 대책’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진정으로 소상공인을 돕고자 한다면 원가 절감 지원과 금융 부담 완화 등 비용 구조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는 일률적인 규제나 통제보다 지혜로운 상생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거래액 하위 소상공인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차등 수수료제’와 같은 세밀한 접근은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약자를 보호하는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해당사자들이 이러한 보완책을 끊임없이 논의하며 최적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갈등에 매몰되어 생태계의 성장이 멈춰서는 일이다. 시장의 성장이 멈추면 진정한 상생은 멀어지고, 결국 공동의 후퇴라는 결과만 남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 역시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입점 업체가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컨설팅을 제공하는 실질적인 성장 사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배달 플랫폼은 이제 우리 식생활과 외식 경영에서 뗄 수 없는 핵심 채널이다. 이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려면 직접적인 가격 통제보다는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자율적인 조정 능력’을 지켜봐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 또한 시장의 결정권자가 되어 성장의 동력을 꺾기보다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율하는 ‘최소한의 조정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배달 생태계가 갈등을 넘어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눈앞의 단기적 수치보다 자율적 합의를 통해 ‘성장의 결실’을 나누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성장은 결코 멈춰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 아래, 시장의 자생력을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야말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진정한 상생의 꽃을 피우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고경진 한국배달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회장(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융합서비스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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