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이런 대북 송금 증거가 어떻게 조작인가

dalmasian 2026. 4. 29. 17:28

[태평로] 2026.04.28.
쌍방울, 北 인사 만날 때 사진 찍어
이화영 스마트폰으로 몰래 전송
경기도 방북 요청 공문, 北 영수증
대북 송금 유죄는 이런 증거 때문

이화영 전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으로 규정하고 공소 취소를 공언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유시민씨는 ‘공소 취소 의원 모임’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더 적확한 표현을 찾기도 어렵다.

대북 송금은 1·2·3심 다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북 송금에 관여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다.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등 관련자 대부분이 범행을 자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검찰이 이재명 대통령을 대북 송금 공범으로 엮기 위해 ‘연어’로 관련자들 진술을 회유했다며 조작이라고 한다. 허위 진술만 있고 증거는 없다는 식이다. 정말 그럴까.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자백의 증거능력 제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가 자백해도 그것을 입증할 보강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고문·협박 등으로 자백을 받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현대 문명 국가들이 두고 있는 원칙이다. 대북 송금도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화영씨 판결문 곳곳에 그 증거가 등장한다. 우선 김 전 회장이 이화영에게 보냈다는 조선아태위 김성혜 실장 사진. 김 전 회장은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 등과 함께 2018년 11월 29일 중국 선양의 호텔에서 김성혜 등 북측 인사를 만났다고 한다. 이화영이 먼저 북에 가서 김성혜에게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지원을 약속했으나 유엔 대북 제재 때문에 줄 수 없게 되자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요청한 뒤 이뤄진 만남이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밤 12시쯤 김성혜 등을 만났는데 ‘아줌마’(김 전 회장은 더 적나라한 표현을 썼다)같이 하고 나와서 대역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몰래 찍어 이화영에게 전송했다. 이후 김성혜가 맞냐고 하니 이화영이 맞다고 했다.” 이 사진이 이화영 휴대전화에 전송된 것도 확인됐다. 조작할 수 없는 증거다. 이화영은 법정에서 “저게 어떻게 내 전화기에 있었냐”고 했다.

김 전 회장이 북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영수증도 있다. 쌍방울이 북에 보낸 돈은 스마트팜 지원 명목의 500만달러,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통령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다. 김 전 회장은 그중 700만달러에 대한 영수증을 받았다. 방북 비용 중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개인적으로 챙겼다는 100만달러를 제외한 금액이다. 700만달러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주고 그때마다 영수증을 받았는데 김 전 회장은 이를 다 검찰에 제출했다. 이 역시 조작할 수 없는 증거다.

경기도가 2019년 5월 이후 약 6개월간 네 차례에 걸쳐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요청하며 북에 보낸 공문도 있다. 이화영씨는 그해 9월 이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무리하게 방북을 추진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도 공문 중 두 차례는 이 판결 이후에 보낸 것이다. 방북 의지가 없었다면 이런 공문을 왜 보냈겠나. 1심 재판부는 이런 증거로 볼 때 “이화영의 방북 관련 업무 지시가 있었음을 추단케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공범으로 기소된 이 사건을 “희대의 조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퇴임 후 열릴 재판에서 조작 증거를 제시해 무죄를 선고받으면 된다.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자신들이 임명한 특검을 통해 이 사건을 공소 취소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건 조작 증거가 없기 때문 아닌가. 무리하고 무도한 행태는 언젠가 반드시 동티가 나게 돼 있다.

최원규 논설위원 wk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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