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AI 수석 하정우의 씁쓸한 변신

dalmasian 2026. 4. 29. 17:30

[데스크에서] 2026.04.29.

하정우 AI 미래기획 수석과 전은수 대변인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대표 접견 일정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6·3 지방선거에서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설계한 인물인데, 국회의원을 하겠다며 1년도 안 돼 AI 총괄 자리를 내려놓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다.

네이버 퓨처 AI 센터장 출신인 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스타 개발자였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AI를 설명하는 능력으로 얼굴과 이름이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3월 유튜브 콘텐츠에 나와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하정우 선생님 저번에 잡았어야 되는데, 언젠가 다시 같이 가야 되겠죠”라며 영입 제안을 했다. 실제 대선 후 그를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했다.

하정우는 현 정부에서 ‘소버린(주권) AI’ 전도사 역할을 맡았다. 소버린 AI는 미·중과 같은 거대 빅테크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데이터·문화·가치관을 반영한 독자 AI 모델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그동안 ‘AI 3대 강국’ ‘AI 100조 투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같은 대형 어젠다를 잇따라 발표했는데 그 중심엔 하정우가 있었다. 정부가 AI를 강조할수록 하정우의 체급은 점점 더 커졌다. AI 업계에서 “생성형 AI 등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것은 하하(하이닉스와 하정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기대는 금세 물거품이 됐다. 정치인의 큰 자산 중 하나가 ‘인지도’라고는 하지만, 하정우가 그 길로 직행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AI 업계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에게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은 하정우가 청와대에 있을 때도 단순한 관료로 생각하지 않았다. ‘힘 있는 자리’에서 열악한 AI 생태계를 바꿔줄 ‘우리 편’으로 여겼다. AI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치 현실에서 특정 정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하정우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쟁과 당론에 휩싸여 아무 일도 못 할 텐데 왜 그 자리로 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똘똘하고 신선한 인재가 구태가 만연한 정치판에서 그 빛을 잃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이용만 당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AI 3대 강국 정책 설계자로서 입법으로 성과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원과 AI 수석이 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고,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 한복판에서 AI 백년대계보다 의원 배지 달기가 더 시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I 수석으로 추진한 각종 프로젝트의 성과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의 출마는 국가 AI 정책의 방향성과 실행력에 심각한 공백을 예고한다. 천생 개발자처럼 보인 사람이 권력욕에 휘둘려 정쟁의 늪으로 걸어들어가는 모습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이러고도 AI 강국을 꿈꿀 수 있을까.

김강한 기자 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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