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스포츠가 지방소멸 해법 되려면

dalmasian 2026. 5. 22. 00:42

[기자의 시각]  2026.05.21.

지난 2월 말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 사북중·고 체육관에서 지역 유도부 학생 30여명이 업어치기 훈련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석탄 채굴로 번성했던 사북읍은 탄광이 문을 닫은 뒤 인구가 급격히 줄고, 학교 존립까지 위협받게 됐다.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로 일관성 있게 선수를 육성하는 유도부가 맹활약하면서 학생 유출을 막고 지역에도 활력이 돌고 있다. /김지호 기자

‘지방소멸 해법 된 스포츠’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스포츠를 지역 명물 삼아 외부인을 끌어들이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한 지방자치단체에 전화했다. 암벽을 타는 ‘클라이밍 성지(聖地)’를 표방한 곳이었다. 홍보 담당자는 연간 방문객 수와 경제 효과 얘기를 하더니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라며 실무자를 소개했다.

그런데 실무자의 답은 정반대였다. “저는 없는 얘기 안 합니다. 이거 하러 오는 사람 거의 없어요.” 인공 암벽을 만든 곳이 외진 산속인 데다 주차 시설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숙박 시설도 부족해 외부인이 와도 돈 쓰고 갈 곳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지자체가 클라이밍 관련 시설을 짓는 데 쓴 예산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수요 예측과 위치 선정 등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추진된 ‘전시 행정’의 전형이었다.

이번 기획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 도시에 스포츠가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기사는 성공 사례들을 소개했지만, 재정만 낭비되는 실패 사례도 많았다.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지역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필요한 곳에 정확히 돈을 썼다는 것이다. 관내 학교 유도부 훈련장을 지어줘 타지 학생들까지 유입시킨 강원 정선군, 프로 축구단을 유치해 산하 유스팀에 전국 유망주를 불러들인 경북 김천시가 그랬다. 전체 인구 감소를 막지는 못해도 유의미한 인구 유입 효과를 만들어냈다.

실패 사례들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이나,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개 노인들이 이용하는 파크 골프장 같은 시설을 무작정 짓는다. 어떻게 하면 외부인을 끌어들일지, 어떻게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지에 대한 고민이나 전략은 없다. 이렇게 지어진 스포츠 인프라를 지역민이라도 활용한다면 다행이다. 실제로는 텅 빈 공간으로 남아 재정에 짐을 안기는 경우가 많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지자체 후보가 스포츠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대도시에선 프로 야구단 유치나 대형 경기장 건립 등을 내세우고, 시·군 단위 선거에서도 ‘스포츠 타운 건립’ ‘스포츠 인프라 확충’ 같은 공약이 나오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구체적인 운영 계획이나 활용 방안은 미흡하다. 선거가 끝난 뒤 공약이 실현된다는 보장도 없고, 실현된다 해도 수십억~수백억 원에 이르는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다.

지자체와 정치인은 인기 공약에 급급하지 말고 수요 조사와 지역 맞춤형 정책 개발에 힘써야 한다. 진정한 지방소멸 해법은 허울뿐인 전시 행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투자와 전략에서 비롯된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지역 위기만 더 심화시킬 것이다.

김영준 기자 yjkim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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