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2026.07.06.
1970년대 다니던 서울 초등학교에 충청도 아이가 전학 왔다.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는데 그 아이가 “왜유?”라고 했다. 순간 교실이 웃음소리로 떠나갈 듯했다. 그 뒤 그 아이는 “야, 왜유!”라고 불렸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배우 최민수가 연기한 태수도 어릴 적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했다. 첫날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에게 태수는 “야~”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당황한다. “너 지금, 나한테 ‘야’라고 했냐?”는 표정이었다. 그 일로 태수는 ‘간 큰 전학생’으로 찍혔다. 이런 일을 겪으면 사투리 콤플렉스가 생긴다.
▶지역적 이질감이 사투리를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민주당에서 영남 출신인 당 대표가 DJ계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한 적이 있다. 당직자들이 그를 찾아가 복귀를 설득했다. 대표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내가 그놈의 ‘~잉’ 소리 듣기 싫어 당에 나가기 싫다”고 했다. ‘잉’으로 끝나는 호남 어투에 거부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걸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가 유튜브에서 ‘무섭노’라고 말한 게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말끝에 ‘노’를 붙인 것이 부산 사투리를 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베식 조어법 아니냐는 거였다. 부산 출신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가세했다. “일베들은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데 영남 사람들은 ‘무섭노’라 안 하고 ‘무섭나’라 쓴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와 이리 무섭노”처럼 감정을 토로할 때는 ‘노’를 쓴다는 반박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초동 조국 수호 집회에 참석한 조국 지지자들이 부른 가수 강산에의 ‘와그라노’도 소환됐다. ‘와그래싼노’, ‘뭐라 케싼노’ 등 가사에 ‘노’ 투성이인데 그건 왜 문제 안 삼느냐는 거였다.
▶어떤 해명도 부질없게 만드는 비난도 등장했다. “원이가 고향 거제도를 핑계로 삼았다”느니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 같은 공격이 그에 해당한다. 중세 종교 재판관들은 마녀로 의심되는 이의 몸에 돌을 매달아 물에 빠뜨렸다. 살아 나오면 마녀라며 화형에 처했고 익사하면 풀어줬다. 마녀 시비가 붙으면 결론이 어떻게 나든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과 이번 사투리 시비가 비슷해 보이는 이유다.
▶직장 다니는 20대 딸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딸은 대답 대신 “어른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편 갈라 싸우는 통에 우린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어쩌다가 우리 사회가 사투리까지 감별하고 감별당하는 세상이 된 걸까.

일러스트=이철원
김태훈 논설위원 scoop8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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