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명청’의 균열, 검찰개혁과 강경파

dalmasian 2026. 7. 10. 10:04

[남도영 칼럼]  2026.07.10.


복잡한 개혁방정식 풀려던 '명'
강경파의 구호에 충실했던 '청'

전당대회 앞두고 '비명횡사'와
깊어진 불신에 충돌하는 상황

강경파를 설득하는 대신
편승하거나 이해에 얽매이면
정당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

2023년 9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정청래 최고위원은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라고 분노했다. 그즈음이었다. 사석에서 만난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잘 돼야 내가 잘 된다”고 말했다. 2년 뒤 이 대표는 대통령이 됐고, 정 최고위원은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 이재명도 잘됐고 정청래도 잘됐다. 이재명과 정청래는 ‘원팀’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윤석열과 이준석의 관계를 보는 듯하다’는 촌평도 나왔다. 두 사람은 왜 갈라졌을까. 균열의 도화선은 검찰개혁이었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정 전 대표는 ‘닥치고 개혁’이었고, 이 대통령은 ‘속도 조절론’을 강조했다. 개혁의 내용과 속도를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정 전 대표에게 번번이 밀렸다. 두 가지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지난해 8월 18일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안은 충분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날 김민석 국무총리도 “졸속이란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좋다”고 분위기를 이어갔다. 정 전 대표는 달랐다. “추석 전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론은 정 전 대표 주장대로 됐다. 이 대통령의 주문을 정 대표가 거부했고, 정 대표의 거부를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모양이 됐다. 지난 3월에도 그랬다. 이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과 관련, “과유불급”이라며 강경파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다음날 발표된 당·정·청 협의안에는 강경파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 ‘왜 대통령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층의 비판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8·17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폭발했다. 친명계와 친청계는 노골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차기 당대표가 쥐게 될 23대 국회의원 공천권이 핵심이다. 친청계에게는 지난 22대 국회의원 공천 당시 ‘비명횡사’의 공포가 아른거린다.

이 대통령도 편한 입장은 아닌 듯하다. 이 대통령에게 검찰개혁은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명분을 지켜야 하지만, 형사사법체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종 책임자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수청·공소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직제와 인력 배치, 하위 법령 정비, 형사사법포털(KICS) 구축과 시설 마련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이대로라면 수사와 기소 전반에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검찰개혁은 이 대통령 자신의 사법리스크와도 뗄 수 없는 사안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강경일변도의 정 전 대표 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두 사람의 갈등 근원에는 강경파 당원들이 있다. 이재명 대표를 지켰고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 개딸이라고 불리는 세력이다. 이들이 화력을 집중하면 대통령도 버티기 쉽지 않다. 정 전 대표는 이들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표차로 대표가 됐고, 검찰개혁 논의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대변했다. 대통령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정 전 대표는 멈추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조금씩 뒤로 후퇴한 것도 결국 강경파를 의식한 행보였다. 어느 정당에나 강경파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정당 내 강경파 비중은 10~20%로 추산돼왔다. 서유럽의 극우정당이 그 정도의 의석 비중을 보인다. 요즘엔 강경파가 소수가 아니다. 미국 정치상황에서 보듯, 한국 정치에서도 강경파는 주류가 됐다. 대통령도 어쩔 수 없고, 여당 대표도 끌려갈 수밖에 없는 목소리와 힘을 가지게 됐다. ‘완벽한 검찰개혁’이라는 민주당 강경파의 구호, 이를 충실히 따른 당대표,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국정 운영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 빚어낸 갈등이 전당대회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

지도자들이 강경파를 설득하는 대신 강경파에 편승하거나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입장을 취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론이 점점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강경파를 대변하는 정 전 대표와 강경파를 되찾아야 하는 이 대통령 측의 대결이 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다음엔 ‘더 센 정청래’ ‘더 강한 이재명’이 등장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남도영 수석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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