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2026년에 왜 노무현이 소환되나··· 집권 여당의 생뚱맞은 ‘파묘’ 전대

dalmasian 2026. 7. 12. 15:15

[노변정담] 2026.07.12.
'정통들' 정청래, '후단협' 김민석, 노무현 '때린' 송영길
'파묘대전'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주자들의 '적통' 논쟁
친노 적자 이광재 "진정한 대안 낼 수 있어야 진짜 '적자'"
편집자주
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강원 원주시장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강원 원주시장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노란 풍선을 흔들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8·17 전당대회가 때 아닌 '파묘'(과거사 캐기)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번 전대가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로 치러지는 만큼, 당권 주자들이 저마다 자신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뤄지는 민주개혁 진영의 정통 계승자임을 부각시켜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택한 결과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집권 여당 전대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경쟁이 아닌 과거 이력이나 정치적 발언을 놓고 권력 투쟁에 빠져드는 모습은 퇴행적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왼쪽부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김민석 전 총리가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2대 후반기 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저는 노무현 키즈".... 파묘 논란 불지핀 정청래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파묘 논쟁의 시작은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의 '노무현 키즈' 선언이다. 정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며 "노무현을 통해 정치 현실에 눈을 떴고 노무현의 정치 개혁으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 저는 노무현 키즈다"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옛 민주당) 후보로 나선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로의 단일화 없이 승리할 수 없다며 민주당을 탈당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후단협' 사태를 쟁점화해 김 전 총리의 적통성 허물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재비서실장 출신으로 민주당 옛 주류인 '동교동계'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2018년 복당 뒤, 수석최고위원 및 4선 고지에 올랐음에도 2002년 대선의 주홍글씨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있다. 파묘 논쟁과 거리를 두는 듯했던 김 전 총리는 친청계가 12·3 불법 계엄 해제 표결에 늦어 투표를 하지 못한 것까지 문제 삼자 7일 "꼭 대장동 때를 보는 것 같다"며 발끈했다.

공교롭게도 민주당 당권 주자 모두 과거 행적에서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정 전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핵심 멤버로,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주도하며 '친노' '비노' 갈등에 불을 댕긴 전력이 있다. 친노 핵심이던 유시민 전 장관을 겨냥해 '간신을 내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과 등을 져 장례식에 참석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과 다르다며 철회했던 송영길 의원 또한 흠결이 없지 않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해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다. 당시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이 후보는 성격과 스타일이 노 대통령과 비슷한 제2의 노무현이다"고 비난해 친노 진영에 비수를 꽂았다는 반발을 산 바 있다.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 전남이 열린 5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1인 1표제 영향이라지만... "노선 경쟁 아닌 말싸움, 의미 있나"


민주당 전대가 파묘 대전으로 흐르는 데는, 이번 전대에 처음 도입된 '1인 1표제' 영향이 크다. 진보 성향이 강한 동시에 정치적 참여에 적극적인 전통적 당원(권리당원)들의 투표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의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상대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당원과 감정을 공유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적 당원들은 '우리가 만든 대통령' '우리가 만든 당대표' 등 주인의식이 남다르다"라며 "과거사 공격이 전통적 당원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파묘 대전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6·3 지방선거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 비전 경쟁이 아닌, 과거사 논쟁에 머무는 것은 집권 여당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주자들이 어떤 노선을 추진했고 어떤 정책을 만들었으며 그 결과 어떻게 됐다는 차원의 논쟁이 아니라 순 인간관계만 남은 말싸움"이라며 "총선 지휘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그런 논쟁이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파묘와 적통 논쟁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겠냐"라며 혀를 찼다.

이광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5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이광재의원실 제공

박지원 "경제 살리는 경쟁하자"... 이광재 "대안 내야 진정한 적자"

각 진영 내에서도 자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DJ의 영원한 비서실장'인 박지원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NO 파묘 전당대회! YES 서민 경제 살리는 정책 전당대회!”라며 "서민 경제를 살리는 정책으로 경쟁하자"고 촉구했다.

친노 적자(嫡子)로 불리는 이광재 의원도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잇겠다면 어떤 정신을 이을지 대안을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적자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났다.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86그룹을 영입했고, 기초생활수급자·기초노령연금 제도를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완성한 점 등을 거론하며 "'김대중 노무현을 좋아하는 그분들'이 연금 개혁이나 새로운 삶을 논의한다면 진짜 두 대통령의 노선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한 친소 관계 주장이 아니라 그들의 노선을 이어받아 현재에 맞는 비전을 내는 것이 진정한 적자 경쟁이라는 취지다.

김현우 기자 (wi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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