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검찰이 지려고 작정한 듯한 ‘술 파티 위증’ 재판

dalmasian 2026. 7. 22. 07:51

[태평로]  2026.07.22.
규정 바꿔 수사검사 재판서 배제
이후 공판검사는 감찰로 또 배제
검찰 지휘부, 법무부, 대통령이
이화영에게 유리한 구도 만들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피고인은 수사검사가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증거를 다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난 정권까지만 해도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직무 대리로 재판에 들어갈 수 있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술 파티 위증’ 1심 재판은 그 반대였다. 수사검사들은 재판에서 배제됐고, “재판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수사검사의 요구도 묵살됐다.

그 과정은 더 어처구니없었다. 수원지검 형사6부장으로 이 사건을 기소한 서현욱 부장검사는 작년 8월 부산고검 창원지부로 좌천됐다. 그래도 그는 재판엔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해 대검에 직무 대리를 요청해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하기로 했는데 대검 예규에도 국민참여재판엔 수사검사가 참여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었다. 국민참여재판 무죄율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검이 갑자기 승인을 번복했다. 서 검사는 당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향해 ‘재판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그러자 대검은 아예 검사가 직무 대리 발령을 통해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지 못하게 예규를 바꿨다. 무죄를 받으려 작정한 것 아니라면 이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서 검사는 재판엔 참여하지 못해도 한 달에 두세 번 창원과 수원을 오가며 재판에 들어가는 공판검사 4명에게 수사 내용을 알려주고 재판 준비를 도왔다고 한다. 개정된 규정에도 수사검사가 재판에 협조할 수 있다는 내용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판검사들이 작년 11월 이 사건 재판장인 송병훈 부장판사가 검찰 측 증인 신청을 대거 기각하자 “충분한 입증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법관 기피 신청 의견을 밝힌 뒤 퇴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검사들은 재판부에 인사를 하고 퇴정했고, 재판부도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흔치 않아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나섰다. “법관에 대한 모독”이라며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 지시로 감찰을 받게 된 공판검사 4명은 재판에서 사실상 빠졌고, 올 2월 인사 이동을 통해 사건을 전혀 모르는 젊은 검사들이 새로 사건을 맡게 됐다. 재판 구도가 이 전 부지사에게 더 유리해진 것이다.

술 파티 위증 의혹은 이 전 부지사가 2년 전 검찰이 대북 송금 사건에 이 대통령을 엮으려고 “연어와 술을 주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기소된 것이다. 판결 결과가 이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 위증 재판의 유불리를 염두에 두고 감찰을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 재판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든 셈이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1심에서 두 가지 혐의에 대해선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고, 위증에 대해서만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뒤늦게 재판에 들어간 검사들의 노력,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사건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 덕분이었다. 하지만 위증으로 2년간 나라를 뒤흔든 점에 비춰 보면 징역 4개월은 가볍다고 볼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선 항소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위증과 무죄가 난 혐의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이로써 무죄 부분은 그대로 확정됐고, 위증은 2심에서도 형량을 높일 수 없게 됐다. 검사들의 손발을 묶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 측근이 아니라면, 이 사건이 대통령과 무관하다면 이렇게 했겠나. 이 납득하기 어려운 재판의 진상과 책임을 언젠가는 밝혀야 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wk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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