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2026.07.31.
15세에 컬럼비아대에 입학해 수학·경제학 복수 전공하고 문·이과 통틀어 수석 졸업한 천재. 오픈AI에서 보안 문제를 제기하다 해고당한 뒤 AGI(인공 일반 지능)의 도래를 예견한 165쪽짜리 에세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으로 일약 테크계 스타가 된 청년. 이후 그 에세이 제목으로 AI 전문 헤지펀드를 차려 약 2억달러로 시작한 운용 자산을 2년 만에 100배 넘게 불린 인물. 최근 전 세계 금융 시장과 AI 업계를 강타한 레오폴드 아셴브레너(24)의 이력이다.
▶31일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주식들은 사상 초유의 랠리를 펼쳤다. 그 화려한 반등 이면에 레오폴드의 추락이 있었다는 게 월가 분석이다. 전날 그의 펀드는 월가 최대 헤지펀드 중 하나인 시타델에 상장 주식 전량을 강제 매각당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400% 넘는 기록적 수익률을 올리던 포트폴리오였다.
▶비극은 오만과 레버리지 때문이었다. 24세의 천재는 자신의 AI 발전 예측 모델을 맹신했다. “반도체와 전력주는 폭등하고,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AI에 대체되어 무너진다”는 극단적 롱·숏 포지션을 구축한 뒤 4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대출)를 일으켰다. 하지만 예측과 반대로 7월 들어 AI 인프라주는 급락했고, 소프트웨어주는 반등했다. 양쪽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방향 폭격’을 맞았다.
▶월가의 베테랑 포식자들은 이미 냄새를 맡고 있었다고 한다. 결정타는 연준의 금리 결정 직전에 터졌다. 지난 수요일 대부분의 투자사가 금리 동결을 점칠 때, 시타델은 예외적으로 ‘깜짝 금리 인상’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냈다. 시장이 공포에 휩싸이며 반도체주 투매가 이어졌고, 레오폴드의 펀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담보 부족에 내몰린 그는 추가 대출로 연명하려 했지만 은행들의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요구)을 버텨내지 못했다. 버팀목이 무너지자 시타델은 27조원 규모의 레오폴드 펀드를 헐값에 삼켰다. 시장을 짓누르던 거대한 청산 물량이 완전히 소진되면서 비로소 반도체 주가가 바닥을 확인하고 폭등으로 반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더 안타까운 점은 그가 이번 주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천재라도 과도한 빚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 한국도 미국도 마찬가지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대가 온다 한들, 탐욕의 레버리지가 일으키는 비극은 반복되는 것일까. 태양 가까이 다가간 이카로스의 날개를 녹이는 건, 결국 오만이라는 인간의 본성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어수웅 논설위원 jan10@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보완수사권 폐기 따른 모든 책임 민주당이 져야할 것 (0) | 2026.07.31 |
|---|---|
| “시장 이긴다”더니… 정부, 시장 역공에 속수무책 (1) | 2026.07.31 |
| 7월 29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 규탄 긴급 기자회견 (0) | 2026.07.31 |
| MOU 체결식 사진에 등장한 이재명 대통령이 불편한 이유 (0) | 2026.07.30 |
| 보완수사권을 없애자굽쇼? (0) |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