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전두엽 없는 거구’ 같은 정권

dalmasian 2026. 7. 31. 23:01

[양상훈 칼럼]  2026.07.30.

합리·이성보다 감정·충동 앞서는
정권이 3권 장악
전두엽 없는 거구가 힘 휘두르는 모습,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대통령 연임 개헌’ 관련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불가하다고 하셨는데도 대통령을 정치적인 논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용하고 있어 매우 강한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여러 의사에게 들은 얘기가 ‘전두엽’이다. 사람 뇌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주로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역할이 중요한데, 사람이 충동을 억제하고 상식과 규범에 맞는 합리적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게 바로 전두엽이라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등 충동적 결정을 하고 부인 문제에 욕설과 분노로만 반응한 것을 보면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하는지 의심이 든다는 것이 그 의사들 견해였다.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였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으로 등장한 이재명 정부에서도 ‘전두엽 이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이 ‘이 대통령 임기 연장’ 관련 언급을 하는 것을 보며, 윤 전 대통령 한 사람의 문제였던 전 정부와 달리 이 정부에선 전두엽 이상이 마치 무슨 집단 증후군처럼 나타나고 있다고 느낀다.

파문이 커지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부인하기는 했지만 국회의장의 발언은 민주당 일각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임기 연장은 우리 국민에게 트라우마와 같다. 헌정사의 많은 불행과 질곡이 여기서 비롯됐다. 그런데도 정권 내부에 임기 연장 설왕설래가 있고 핵심 인사가 언급까지 한 것은 집단의 이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정부 ‘전두엽 오작동’을 의심하는 것은 그 사례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국민은 검찰 보완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같은 경찰 수사가 앞으로 빈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권은 이 이유 있는 걱정에 귀를 닫고 눈을 감아버렸다. 오류가 발생하면 수정하는 것이 이성인데 검찰에 대한 분노가 맹목화돼 이성을 다 삼켜버린 것 같다. 전두엽 기능의 정지다.

한국 증시를 제3세계 도박판 증시처럼 만들었다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사태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우리 주식 시장에선 ‘영혼까지 끌어다 빚 내서 투자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돼 있다. 이런 토양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풀어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됐어야 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장은 ‘예측됐다’는 취지로 실토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대로 내질러 버렸다. 희망적 요소만 보고 위험 요소는 제대로 보지 않았다. 이런 것을 충동적 결정이라고 한다. 청와대부터 충동적이었다. 그 청와대 책임자가 이제 와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두엽을 떠나 양심의 문제다.

이 정부가 육군사관학교를 유명무실하게 만들려는 것도 충동적이고 막무가내다. 육해공 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핑계일 뿐이다. 세계 최강이고 육해공 통합도 가장 잘돼 있는 미군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했나. 본질은 ‘육사 지우기’이고 해사와 공사는 엉뚱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다. 계엄에 육사 출신들이 연루된 것이 이유일 것이다. 육사 출신 중 계엄 관련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제 계엄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윤 전 대통령이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아무리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라를 위해 피 흘린 오랜 역사를 가진 사관학교들을 5년 정권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집단의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한다면 이 상식을 따라야 하지만 오히려 상식이 배척되고 있다.

이 정부가 시급하지도 않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하려는 것도 이상하다. 전시작전권은 전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의 문제다. 앞으로 시간을 두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논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지금 발등에 떨어진 불은 병력 절벽, 장교·부사관 급감, 군 사기 저하, 북한의 신형 도발 대처, 한미 원자력 협정, 원자력 잠수함 건조, 한미일 대 북중러 함수 관계 대처 등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전작권부터 ‘해치우고야 말겠다’는 태세다. 감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성으로 말리는 역할을 전두엽이 한다. 이 기능이 작동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문제는 정권 전두엽의 정상 기능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표적 사례다. 공소취소를 하면 대통령 한 사람은 좋을지 몰라도 정권 전체에 큰 악재가 될 것이다. 선거에 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공소취소는 대통령에게도 결국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정권 전체가 달려들다시피 공소취소를 밀어붙인다. 합리와 이성이 마비된 맹목적 돌진 같다. 전두엽이 있기는 한 건가.

역대 정권 내에는 전두엽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기는 없다 해도 바른 말과 쓴소리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했다. 지금 정권에선 정성호 법무장관 같은 사람이 전두엽 역할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도 시달리다 지쳐서 이제 손을 드는 것 같다. 민주당은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장악한 거구다. ‘전두엽 없는 거구’가 힘을 휘두르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두렵다.

양상훈 기자 shy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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