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2026.07.31.
김지방 종교국 부국장

65년 여야가 함께 기도하자는
의기투합이 모임의 출발
권력과의 결탁을 끊는 것과
기도하는 자리 없애는 건 별개
무작정 없애기보다 이번 기회에
새롭게 고쳐 제대로 된 기도회로
어느 교단 목사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교단 소속 교회에 출석하는 국회의원이 꽤 됐다. 교단 임원들은 국회 인근 식당에 의원들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려 했다. 의원들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상대 당 의원들과 함께 식사하기는 불편하니 모임을 따로 해 달라”고 했다. 신앙은 같아도 정치색이 다르면 밥 한 끼조차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국가조찬기도회가 떠올랐다. 여야 의원은 물론 대통령까지 한자리에 모였던 기도회. 그러나 2024년 11월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건희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었다. 피고인석에는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인 이봉관 장로가 함께 앉아 있었다. 서희건설 회장이기도 한 그는 김씨에게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와 티파니 브로치, 그라프 귀걸이 등 1억원이 넘는 귀금속을 건넸다.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최소한 연락받을 정도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법정에서 말했다. 인사 청탁도 인정했다. 이 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은 이달 초 확정됐다. 이 회장이 김씨에게 처음 고가의 목걸이를 건넨 날은 2022년 3월 15일, 대선 엿새 뒤였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을 요청한다는 명분으로 김씨를 만났다. 기도회 회장이란 지위를 로비에 활용한 것이다.
김철영 목사(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상임대표)에 따르면 국가조찬기도회의 출발은 여야가 함께 기도하자는 의기투합이었다. 1965년 2월 27일 김종필 김영삼 정일형 등 여야 국회의원 20여명이 김준곤 목사(CCC 설립자)와 함께 기도모임을 했다. 김 목사는 이 모임을 매주 이끌었고, 미국처럼 대통령을 초청해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이듬해 3월 8일 옛 조선호텔에서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주한 미국대사와 가톨릭 대주교도 참석했다.
연례행사로 이어지면서 비판도 받았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독재 권력을 축복하고 정당성을 부여했고, 민주화 이후에는 교회가 교세와 인맥을 과시하는 행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정교유착을 반복해온 기도회를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납득이 된다. 윤석열정부에서 벌어진 일은 교회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사건이다.
다만 권력과 결탁을 끊는 것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이 함께 기도하는 자리마저 없애는 것은 별개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지난 부활절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73개 교단이 참여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교회를 존중하고, 교회는 공직자를 격려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기도할 수 있다. 무작정 없애기보다 이번 기회에 새롭게 고쳐 제대로 된 기도회로 만드는 편이 낫다.
이것부터 고쳐보자. 국가조찬기도회 공식 홈페이지는 여전히 이봉관 장로를 회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유죄 확정된 사람이 계속 기도회를 대표할 수는 없다. 상설 사무국을 유지하고 큰 행사를 치르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거액을 후원할 사람이 드물다는 사정도 있다. 하지만 큰 행사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기업인과 돈에 의존한다면 본말전도다. 더구나 대통령 부인에게 금품을 건네고 인사를 청탁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데 어느 공직자가 참석하겠는가. 물러나야 한다.
소수 개인의 거액 기부에 의존하는 무거운 조직을 걷어내야 한다. 국회 조찬기도회 정도로 공직자들이 함께 기도하는 소박한 모임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연례행사가 필요하다면 대표성 있는 교계 연합기구와 여야 기독 의원들이 공동으로 준비하고, 후원자와 예산·지출 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공직자를 상대로 한 청탁이나 부적절한 사적 접촉이 확인되면 즉시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원칙도 세워야 한다.
대통령 참석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관심은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기도 이외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드는 조찬기도회보다 다락방에서라도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모이는 편이 낫다. 나라를 위해 함께 기도하는 모임은 다시 시작돼야 한다. 천국에서 만날 사람들이 언제까지 여야로 따로 앉을 셈인가.
김지방 종교국 부국장(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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