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2026.07.31.
정현수 사회부 차장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삭제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표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처리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돌릴 길은 없어 보인다. 검찰개혁 강경파를 제외한 국민 다수가 우려하지만 집권여당의 결론은 그 반대로 치닫는 중이다. 이번 형소법 개정 과정에서 얻은 게 있다면 지금 정치권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일 것이다.
정치의 기능은 상충하는 여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있다. 이번 형소법 개정, 특히 쟁점이 됐던 보완수사권 존폐 논의에 이를 적용해 보자. 이번 논의에 가장 큰 목소리를 냈던 이해관계자는 단연 범죄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였다. 경찰 수사의 빈틈을 검사의 보완수사가 메우는 과정을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 보완수사는 최후의 안전장치였다.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각종 사건 피해자들이 언론 앞에 설 용기를 낸 것도 그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 맞은편엔 과거 검찰의 수사권 오남용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보수 정권의 정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은 유력 인사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의 검찰에 대한 분노와 원한은 진보진영 내에선 서로를 결속시키는 강력한 공감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오남용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선 검사에게 한 톨의 수사 기능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두 이해관계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가. 전자여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수사권 오남용 방지는 이미 중수청·공소청법을 제정하며 검사의 직접수사·수사개시권을 박탈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정안을 보면 검사의 보완수사를 대체할 보완수사요구 강화 방안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른바 ‘장윤기 사태’를 계기로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와 감시 필요성을 직접 목도한 여론은 보완수사권 존치로 크게 기울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의견은 61%로 폐지(23%)를 압도했다. 법학자, 변호사 등 법조계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로 우려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설문조사에서도 보완수사권 전면 또는 부분 유지 의견이 67%에 달했다. 사실상 일방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집권여당은 얕은수로 이런 민심을 건너뛰었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꿀 형소법 개정 논의를 전당대회라는 정치적 이벤트에 결부시키면서 민심의 넓은 스펙트럼을 ‘당심’이라는 좁은 틀로 축소해 버렸다. 민주당 당권주자들의 토론을 보고 있자면 마치 온 국민이 보완수사 폐지에 찬성하는 듯한 착시가 들 지경이다. 범죄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 내 의원들은 전당대회 날짜가 다가올수록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이제 남은 제동장치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뿐이지만 이마저도 기대난망이다. 예외적 보완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에 공을 넘긴 채 논의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개정안에는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넓힌 조항이 난데없이 삽입됐는데, 야당에서는 당장 이 대통령의 재판을 염두에 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민심에 귀를 닫고 강행된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예견된 부작용이 현실화할 때마다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인 형소법에 땜질식 수정이 반복되고, 애초 목표했던 검찰개혁의 취지마저 희미해질까 걱정이다.
정현수 사회부 차장(jukebox@kmib.co.kr)
Copyright ⓒ 국민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어느 한 국회의원의 자가당착 (0) | 2026.07.31 |
|---|---|
| 글쓰기라는 약속, 그 사랑에 관하여 (0) | 2026.07.31 |
| 국가조찬기도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 (1) | 2026.07.31 |
|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표 던진 딱1명 민주 의원 (0) | 2026.07.31 |
| ‘현직 대통령 연임’이 “국민의 선택 문제”라는 국회의장 (0) | 2026.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