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증시 파탄낸 레버리지 ETF, 진상 밝히고 책임 물어야

dalmasian 2026. 8. 5. 10:49

2026.08.05.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 설치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를 촉구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는 증시를 도박판으로 변질시켜 개인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5월 27일 이 상품이 출시된 후 두 달여간 코스피가 8% 이상 폭락해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7차례 발동됐다. 1998년 이 제도 도입 후 작년까지 28년간 발동된 횟수(6번)보다 많았다.

이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손실도 커졌다. KB증권은 개인 투자자가 이 상품에서만 총 10조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레버리지 ETF로 대상을 확대하면 개인 투자자 손실이 56조원이라는 외국계 증권사 분석도 나왔다.

이번 상품의 도입 배경과 과정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규명된 것은 없다. 핵심은 이렇게 위험한 상품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어떻게 일사천리로 시장에 나올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 상품 도입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이 지난 1월 도입 검토를 지시한 지 4개월여 만에 속전속결로 상품이 출시됐다.

문제가 커지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뒤늦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감독 당국 수장이 반성할 정도로 내부적으로 상당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뜻이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여당과의 당정 협의도 없이 상품이 나왔다”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가를 띄우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도입을 강행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라임 펀드 사태나 홍콩 H지수 ELS 사태처럼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정부가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10조원이 넘는 손실을 낸 이번 사태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도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진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청와대와 금융위, 금감원 사이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위험성 검토는 충분했는지, 내부 반대 의견은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책임자 처벌 등 상응하는 조치도 따라야 한다. 그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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