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노란봉투법 부메랑? 勞·政 사이 감도는 전운

dalmasian 2026. 8. 5. 10:53

[태평로] 2026.08.04.
노동 문제는 진보 정권도 곤욕
노동계, 대통령 직접 겨냥 시작
정부도 일부 정책 선회 움직임
올 하반기엔 긴장 높아질수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7.15 총파업대회에 참석해 피켓을 들고 있다./뉴시스

민주노총은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총파업 집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즉각 교섭’이라고 적힌 대형 팻말을 전면에 내걸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모범 사업자’를 자처했는데 정부가 하청 노조 교섭에 응하지 않는 건 모순”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설 것을 주장했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정부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는 얼마 전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라며 “2027년 교섭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에 따라 반도체 공장 건설은 조합원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이니 쟁의 대상으로 다루겠다는 얘기였다.

이 문제는 이 대통령이 바로 대응했다. 삼성 노조 주장에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없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노동부 장관에게 이 문제와 ‘영업이익 N% 성과급’ 문제에 대한 지침 또는 고시를 명확히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정권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반도체 등 3대 프로젝트가 자칫 노조에 발목이 잡힐 여지가 생기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에 ‘근로 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추가했기 때문에 삼성 노조의 주장이 아예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노동부가 아무리 지침·고시를 만들어도 상위법이 변하지 않는 한, 최종 판정은 법정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 문제는 진보 정권에서도 정권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노무현·문재인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 대통령은 노동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다 2003년 8월 2차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동계에 단호한 대응을 한 편이었다. “일부 노동운동이 도덕성과 책임성을 잃어가 우려스럽다”는 말도 했다. 역대 정부가 파업을 강제 중단시키는 긴급 조정권을 네 번 행사했는데 두 번(대한항공·아시아나 파업)이 노무현 정부 때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엔 탄력근로제 갈등 등으로 시위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 출신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 이어 역시 민주노총 출신의 김경자 청와대 사회수석, 한국노총 출신 이옥남 노동비서관 등으로 노동 정책 라인을 짜놓았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입법에 깊게 관여한 ‘노란봉투법의 아버지’ 박수근 중노위원장을 문재인 정부에 이어 다시 중노위원장에 앉혔다.

이렇게 노동계 인사들로 노동 라인을 짰지만 노동계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기업들은 하청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앙노동위 판정에 불복해 소송을 시작했고, 노동계는 원청이 교섭에 나서지 않는다며 줄줄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노란봉투법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조는 투쟁을 통해 자기 몫을 극대화하려는 ‘전투적 실리주의’로 유명하다. 노란봉투법은 여기에 노조의 교섭과 파업 대상을 확 늘려 놓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하고 있다. 노조가 전투력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은 ‘대통령과 즉각 교섭’, “터무니없는 주장”같이 말로 견제구를 날리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가 반도체 특구에서는 주 52시간제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 진영 사이 긴장감이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노동 문제는 노무현 정권 때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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