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
캐나다 잠수함사업 탈락으로
해외 방산 수주전 4연속 실패
기술·가성비만으론 안 통해
우라늄 농축 논의도 진전 없어
서방이 신뢰하는 파트너 되려면
한·미간 갈등 요인 해소해야

한국, 60조원 사업 수주 불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6일(현지 시각) 대서양 인근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를 캐나다 차기 잠수함 수주 사업(CPSP)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백년만의 기록적인 ‘극한 폭염’과 삼성전자의 빙하기 쇼크로 7월 내내 정신 줄을 놓아버린 사이 한반도에는 설상가상으로 NATO와 미국발 두 개의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세계적 명성을 쌓아가고 있던 K방산이 최근 주요 유럽 방산 수주전에서 4연패를 당한 것,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라늄 농축을 잠정적으로 허용하여 7월 22일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이 서명된 것이다.
7월 7일 캐나다 정부가 초대형 차기 잠수함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TKMS를 선정함으로써 ‘기술력과 납기’에서 우위가 예상되었던 한화오션과 한국 방산 업계에 ‘캐나다 쇼크’라는 충격을 안겼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 명성을 떨쳤던 K방산은 작년 11월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지난 5월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에서, 6월에는 프랑스 다연장 로켓 사업에서 수주에 실패했다. 한화오션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했는데, ‘나토 동맹 벽’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이며 국제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유럽 지역 K방산 수출의 경우 우리 업체들은 ‘가성비’와 ‘공기 단축’ 등 전통적 조건 개선에 치중한 반면,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유럽 자체의 방위력 증진과 지역 안보 공동체 목표의 우선 달성이라는 안보 환경의 변화가 완연해지고 있다.
7월 하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우라늄 농축 허용 기습 발표는 미국으로부터 우라늄 농축 합의를 받아내기 위해 수십 년간 매달려온 한국으로서는 충격적인 사태라 하겠다. 한국의 불만은 첫째, NPT 규범 준수 모범국인 한국과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사우디에 대한 역차별, 둘째는 작년 11월 한·미 관세·안보 분야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목표로 한 원칙 합의 후 9개월이 지나도록 한·미 간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미 원자력 협력 협정 개정 등 필요한 조치나 방향 설정 등 구체적인 성과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아직 원전을 단 한 기도 건설해 본 경험이 없지만 한국은 원전 26기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세계 6대 원전 국가이고 UAE에 원전을 수출한 원전 강국이다. 한국은 2004년에 IAEA가 원하면 언제든 핵 시설을 사찰할 수 있는 ‘추가의정서’를 비준했으나 이번에 사우디에 대해 ‘추가의정서’ 의무를 면제해 주려는 것도 파격이다.
최근 4전 4패의 연속적인 방산 수주 실패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협상이 지체된 데는 다양한 이유와 배경이 있겠지만, 두 경우 모두 한국이 서방 세계의 장기적 안보 목표를 함께 나눌 전략적 파트너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공통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미 간 균열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미. 중 전투기 서해 대치, 전시작전권 전환, 유엔사의 평시 DMZ 관할권, 그리고 일부 장관의 북한 핵 관련 정보 유출 등 언론에 중점 부각된 이슈도 있지만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 주장, 대미 투자 약속 이행 지연, 민감 안보 정보 공유 중단, 상이한 북핵 위협 인식과 대응, 그리고 대이란 전쟁 지원 요구에 대한 대응 등 민감 이슈들이 줄이어 있다.
이런 현안들이 미국 집권 그룹(MAGA)의 기본적 가치와 갈등 요인이 되었고 양측 간 인식 차이가 폭과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는 염려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 4월 21일 미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이 쿠팡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하는 연서를 제출한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조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든 그 이전 단계의 약식 합의든 한·미 양국 정부 간 협상 결과가 채택될 최종 합의 문건의 발효를 위해서는 어떤 형식이든 미 의회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지난 7월의 ‘혹독한 좌절들’은 미국이든 NATO 회원국이든 우리 기업들이 그간 자랑해오던 ‘On time, On budget’ 전략만으로는 가치 동맹으로서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한국이 미국과 유럽의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점과 미래 핵심 산업의 불가결한 파트너라는 두 가지 기본 요건을 함께 각인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도 한국이 반도체나 일부 첨단 과학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때만 가능할지 모른다.
현재의 초격차마저도 미국이 고성능 칩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틀어막고 있어 누릴 수 있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이 초격차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7월 7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SMR(소형 모듈 원자로) 협력 각서에 합의한 것은 새로운 한미 간 파트너십의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이 기회를 빌어 글로벌 차원의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한·미 간 또는 한·미·일 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일 3자간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의 적극 검토를 제안한다. 현재 전 세계 약 416기 원전 연료인 농축 우라늄의 40% 이상을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고 중국도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러시아와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농축 우라늄 분야에서 심각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94기 원전 가동을 위한 농축우라늄의 약 20%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고 한국도 약4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 의존하는 취약한 상태에 있어 한.미간 컨소시움 형성이 어느때 보다 시급하다. 미 의회도 2028년부터는 러시아산 원전용 농축우라늄 수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우라늄 농축을 위한 국제 컨소시움을 형성하면 반도체에 이어 농축우라늄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새로운 주역이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전략공유면에서 확실한 우방으로 인정받는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박인국 前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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