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자정 직전에 바꾼 ‘재판의 규칙’

dalmasian 2026. 8. 5. 10:56

[데스크에서]  2026.08.04.

7월 28일 밤 11시 12분,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대안이 여당 주도로 의결됐다. 회의 도중 100쪽 넘는 대안을 받은 야당 의원들은 검토 시간을 요구했다.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조차 여당이 마련한 대안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다. 표결은 야당 의원들이 퇴장한 뒤 이뤄졌다.

그날 밤 형사소송법 제327조에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된 때’와 ‘소추재량권(기소 권한)을 현저히 일탈하여 공소가 제기된 때’라는 공소기각 사유가 추가됐다.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실체 판단 전에 재판을 끝내는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문구가 6월 26일 발의안에 있었다며 ‘기습 입법’이 아니라고 한다. 서류상 흔적은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과 야당, 전문가들이 그 의미를 알고 검토할 실질적인 기회가 있었느냐다. 공소기각 조항은 제한적으로 다뤄졌다. 법무부는 ‘중대한 위법수사’와 ‘현저한 일탈’이 모호해 절차적 공방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충분한 토론은 없었다. 법원행정처 검토자료도 본회의 통과 한 시간 전에야 도착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에서 입법 취지와 핵심 변경 사항을 설명하도록 돼 있다. 법안은 검사 수사권 폐지와 보완수사 등을 담았다. 그러나 ‘공소기각 사유’와 관련해선 추가된다는 사실도, 그 필요성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재판의 규칙을 바꾸는 핵심 조항이 정작 법안의 안내문에서는 빠진 셈이다. 법안은 공개됐고 회의록도 남았다. 그렇다고 ‘밀실 입법’ ‘기습 입법’이라는 비판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기록은 남기되 주목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 조항은 공개하되 의미는 설명하지 않는 것, 검토자료가 오기도 전에 군사작전이라도 하듯 표결하는 것. 이것도 민주주의 시대의 밀실이다.

법안은 지난달 31일 본회의를 통과했고,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는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법은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이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공소기각 조항에는 ‘계속 중인’ 사건을 제외하는 경과규정이 없다. 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 등 이 대통령 재판에서도 새 조항을 근거로 공소기각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기각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지만, 법적 통로는 열린 셈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조작 수사와 조작 기소라고 규정해 왔다. 법안을 주도한 의원도 이 대통령 사건에 이론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법은 밤에도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자신과 국민의 재판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이라면 과정은 더 공개적이고 신중했어야 한다. 법안 첫머리의 ‘주요 내용’에 비워 둔 자리에는 입법 의도를 둘러싼 의심의 냄새가 남았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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