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2026.08.05.

일러스트=박상훈
당나라 군대는 중화 역사에서 최강으로 꼽힌다. 북방 유목민의 기병 전술을 받아들이고 이민족 장군까지 중용해 ‘만방래조(萬邦來朝)’라는 말을 만들었다. 주변국(만방)이 조공을 바치러 당나라에 온다는 뜻이다. 시진핑의 ‘중국몽’도 당 제국의 부활이다. 그런데 우리는 ‘당나라 군대’를 오합지졸의 대명사로 쓴다. 어원은 불분명하다. 고구려·신라가 당군을 격파한 적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대의 횡포 때문이라는 설 등이다. 하지만 조선 말까지 ‘당나라 군대’를 비하하는 기록은 찾기 어렵다.
▶한·일 모두 중국을 ‘당(唐)’으로 인식한 경우가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은 중국인을 ‘당인(唐人)’으로 표기했다. 중·일 전쟁에서 일제가 장제스의 국민당군을 박살냈다. 국민당군 병력이 우세했지만 지휘관은 무능했고 군기도 엉망이었다. 국민당군이 ‘당군’, ‘당나라 군대’가 됐다는 설도 있다.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고 ‘닭나라 군대’로 불리다 당나라로 변했다는 설까지 있다. 어느 것이든 한국에선 ‘군대도 아닌 군대’라는 뜻이다.
▶군대의 기본은 경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때 우리 최전방 철책은 북한 귀순병과 탈북민에게 수시로 뚫렸다. 북한 목선이 ‘노크 귀순’하는 일도 벌어졌다. 진해 해군기지는 치매 노인에게, 수도방위사령부 진지는 취객에게 무력화됐다. 상병이 야전삽으로 여군 대위를 폭행하고, 남성 부사관이 남성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장교들은 적이 아니라 ‘민원’과 싸우며 병사들 눈치를 봤다. 행군에 부대원 절반이 ‘아프다’며 빠졌다. 북한이 싫어한다고 한·미 연합 훈련을 안 하더니 ‘컴퓨터 게임’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군사력 아닌 대화로 나라 지킨다’는 군대가 됐다.
▶문 정부 군대도 총에 실탄은 넣고 전방 근무를 했다. 그런데 현 정부 군대는 빈 총으로 경계를 섰다. 연합 훈련을 하던 미군 무인기를 북한 것으로 오인해 격추하려던 일도 벌어졌다. 미군 측이 훈련 계획을 미리 통보했는데도 군 실무자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계 실패도 모자라 전시 생존과 직결되는 보고 시스템까지 고장난 것이다.
▶핵 무장한 100만 북한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첨단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국방부 장관은 탈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고, 능력·경험을 인정받던 지휘관 상당수는 ‘계엄 연루’ 누명을 쓰고 군복을 벗었다. 훈련을 제대로 안 하는 군대에 기강이 있을 리 없다. 지금 대한민국 군대가 ‘당나라 군대’ 아닌가.
안용현 논설위원 ahnyh@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
'Opinion &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실적 덮어버린 ‘자동매도 주식시장’ 누가 만들었나 (0) | 2026.08.05 |
|---|---|
| 두 달 동안 26일 해외를 순방한 李 대통령 (1) | 2026.08.05 |
| 포항 철강산업 되살려야 대한민국 제조업 도약의 날개 편다 (0) | 2026.08.05 |
| 자정 직전에 바꾼 ‘재판의 규칙’ (1) | 2026.08.05 |
| 노란봉투법 부메랑? 勞·政 사이 감도는 전운 (0) | 2026.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