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Column

실적 덮어버린 ‘자동매도 주식시장’ 누가 만들었나

dalmasian 2026. 8. 5. 11:04

2026.08.03.
하락폭 키우는 반대매매
레버리지도 충격 증폭

개미들 과욕으로 설명 못해
‘시장구조 디스카운트’ 방치

강제매도에 시장 끌려다녀
기업 가치 제값 받기 어려워


코스피는 7월 1일부터 30일까지 34.0% 하락했다. 31일 하루 17.9% 급반등하면서 월간 낙폭은 22.2%로 줄었지만,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 때를 떠올리게 하는 이례적인 변동성이었다.

1997년에는 나라에 달러가 부족했고 기업과 금융회사의 지급 능력이 의심받았다. 이번에는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진 시장이 외환위기처럼 흔들렸다. 한 달 사이 나타난 하락과 반등의 폭을 기업가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장 구조가 충격을 얼마나 증폭했는지 물어야 한다.

하락의 불씨는 있었다. AI 투자의 수익성 우려와 중국의 추격, 지나치게 높아진 기대가 조정을 불렀다. 그러나 하락의 원인과 이를 키운 장치는 구별해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의심이 하락에 불을 붙였다면, 빚투로 인한 강제청산과 기계적 매매는 하락을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떨어지자 두 갈래의 비자발적 매도가 겹쳤다. 빚으로 산 주식은 담보가 부족해지면 투자자의 뜻과 관계없이 팔린다. 반대매매다. 레버리지 상품도 하루 두 배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내린 날 포지션을 줄인다. 기업 가치가 아니라 상품의 운용 규칙 때문에 나오는 매도다. 기업 실적은 수년에 걸쳐 가치를 만들지만, 급락기의 가격은 빚과 기계적 매매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강제매물이 더 나올지 모르면, 주가가 싸져도 선뜻 사려는 투자자는 줄어든다. 세계 최고 기업도 제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개인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계좌의 강제매도가 가격을 떨어뜨리면 다른 계좌의 담보 비율도 낮아져 다시 반대매매를 부른다. 특히 여러 증권사와 상품이 동시에 매도자로 돌아서면 개별 증권사의 합리적인 채권 회수가 시장 전체에는 충격 증폭기가 된다. 그 비용은 빚을 내지 않은 투자자도 떠안는다. 이를 개미의 과욕으로만 설명하면 제도가 키운 위험까지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셈이다. 신용을 공급한 증권사와 규칙을 정하고 감독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증권사도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었다. 올해 1분기 10대 증권사가 신용융자로 얻은 이자 수익만 6000억원이었다. 신용 잔고가 늘수록 이자 수익과 잠재적인 강제매물이 함께 쌓인다. 수익은 증권사에 돌아가지만, 청산이 초래한 가격 충격은 투자자와 시장이 나눠 부담한다.

반대매매는 부족한 돈만큼만 주식을 파는 제도도 아니다. 많은 증권사는 전일 종가 등 기준 가격에서 15∼30% 할인된 가격으로 매도량을 계산한다. 가격을 낮게 잡을수록 대출금 회수에 필요한 매도량이 늘어, 더 많은 주식을 팔아야 한다. 담보가 조금 부족해도 때로는 전량 매도에 가까운 물량이 처분될 수 있다.

이 위험을 키우는 조건이 한국에는 더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신용융자가 빠르게 늘던 시장에서 정부는 규제를 풀어 5월 단일 종목 2배 상품의 출시를 허용했다. 관련 상품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4.4조원에서 7월 15일 11.9조원으로 불었다.

당국도 7월 중순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 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높였다. 그러나 출시 두 달도 안 돼 사후 규제가 필요해졌다는 사실은 출시 전 시장 충격에 대한 검토가 충분했는지를 묻게 한다. 개인이 얼마나 잃을지는 경고했지만, 상품이 시장에 얼마나 많은 매물을 쏟아낼지는 제대로 계산했는가.

지수가 정책 목표가 되는 순간, 시장을 달구는 정책은 빨라지고, 신용 규제나 고위험 상품 제한처럼 상승세를 식힐 결정은 늦어지기 쉽다. 가격 하락이 강제매도를 낳고, 그 매도가 다시 가격을 낮추는 위험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2020년 3월과 2022년 7월 급락기에 정부는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평시의 담보 규칙이 반대매매를 통해 하락을 증폭한다는 점을 당국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가 지나면 임시 조치는 끝났고, 청산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상시 장치는 마련되지 않았다. 서킷브레이커는 폭주하는 시장을 잠시 세울 뿐이다. 내리막길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높이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브레이크만 몇 번 밟은 것은 아닌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락기마다 강제매도와 기계적 매도가 가격 하락을 키우는 ‘시장구조 디스카운트’를 방치했다는 불신을 남겼다. 남은 강제매물의 규모를 알 수 없다면 투자자는 한국 주식에 더 낮은 가격을 매길 것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갖는 것과 그 기업이 제값을 받는 시장을 갖는 것은 다른 일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이 만들었다. 그러나 그 가격이 강제매도에 끌려다니지 않는 시장은 정부가 만들었어야 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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